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신”(갈라 5,1) 그 자유의 의미를 알고 자신의 몸을 율법 아래 둘 것이 아니라 성령에 둘 것을 선포한다.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된 ‘몸의 구원’(“하느님께서는 비싼 값을 치르고 여러분을 속량해 주셨습니다.”(1코린 6,20)) 신비를 명시하면서 자신의 몸이 ‘성령의 성전’이고, 깨끗함의 덕으로 거룩하게 보존해야 할 도덕적 의무의 근원임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러므로 자유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정의되지 않고, 탁월한 방식으로 선에 응답해 가는 것을 본질로 삼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 안에서 영혼과 더불어 인간의 몸을 ‘말씀이신 성자’의 인격과 일치시킴으로써 인간의 몸, 곧 모든 남자와 여자의 몸 안에 새로운 존엄성을 새겨 주셨습니다.”(56과 4항) 이 새로운 존엄성에 따른 새로운 의무가 인간에게 주어졌고, 깨끗함의 덕은 영에 따른 삶을 실현한다. 그것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거룩한 사람이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할 줄 아는 것이라고 바오로는 말한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무시하는 자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성령을 주시는 하느님을 무시하는 것입니다.”(1테살 4,8)
더 나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는 인간 몸이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론적 가르침으로 제시하며(12장) 인간 몸에 관한 논증을 명확히 표현했다. 인간 몸이 하느님 앞에서 영광이요(1코린 6,20 참조), 남성성과 여성성에서 드러나는 깨끗함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인간 몸 안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인간 몸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사랑의 더 깊은 차원을 말한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마음의 깨끗함’을 ‘영에 따른 삶’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영에 따른 삶에서 깨끗함은 절제의 덕이며, 그 실행은 자신의 몸을 ‘거룩함과 존중’의 태도로 대하고, 타자의 몸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깨끗함의 기능은 ‘삼가 멀리함’과 ‘보존’이다. 그러므로 ‘거룩함과 존중’, ‘삼가 멀리함과 보존’은 상호 종속관계의 가치와 의미를 띤다.
성령은 인간의 자유와 더불어 동반 상승 작용을 한다. 성령의 선물 중 깨끗함의 덕에 가장 가까운 것은 ‘효경’이다.(57과 2항) 효경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할 수 있음도, 타자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음도 가능하게 하는 은사다. 이 은총은 실로 엄청난 것이고 현재 진행형으로 성장 지속된다.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이신 성자의 모습을 닮게 된 그리스도인은 “성령을 첫 선물로”(로마 8,23) 받아, 그 선물로써 사랑의 새 계명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상속의 보증”(에페 1,14)이신 이 성령을 통해 “우리의 몸이 속량될”(로마 8,23) 때까지 온 인간이 내적으로 쇄신된다. 인간의 신비는 이와 같이 위대한 것이며, 이것은 그리스도교 계시를 통해 믿는 이들에게 밝혀지는 신비다.(「사목헌장」 22항 참조) 창조(태어남)와 구원의 신비에 동참하는 새로운 삶은 새로운 신분에 합당한 에토스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게 한다.
사랑은 단순한 욕구의 역동성과는 확실히 다르다. 원천적 사랑은 인간의 육신적 욕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선물을 통하여 변화시키도록 한다. 에로스가 부부 우정으로 변화, 성장하고 완성된다. 어느 성소의 길이든 몸의 혼인적 신비는 완성되어야 한다. 이는 하느님 숨결이 확장되는 삶이며 매력 그 자체요, 아름다움이며 진·선·미의 완성이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의 왕직 재속 선교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