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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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 대담] ‘명랑 주교’ 유흥식 추기경과의 만남

미소와 친교로 교황청 물들인‘명랑 주교’가 걸어온 사목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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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지난 7월 한 달가량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 휴가를 핑계로 쉴 법도 한데, 그는 좀처럼 쉬는 날이 없었다. 대통령을 만나 교황청과의 관계에 다리를 놓았고, 국회의장과는 임진각에서 평화를 이야기했다.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크고 작은 강연을 소화했다. 그는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고 특유의 환한 미소로 복음의 기쁨을 전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7월 25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이 마련한 특별대담 ‘명랑주교, 바티칸을 걷다’에 출연해 어린 시절부터 교황청 장관으로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별대담은 8월 26일 오후 5시 가톨릭평화방송TV에서 첫 방영된다. 대담 내용 일부를 정리해 소개한다.
 

 


미소와 친교의 아이콘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시 대전교구장이던 유흥식 주교에게 처음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직을 제안했을 때 교황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황청에 아시아 출신 장관이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주교님 이름이 떠올랐어요. 저는 교황청이 가정적이고 친화적인 분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주교님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요. 주교님은 잘 웃고, 친교를 잘한다는 소문이 많이 나 있으니까 오셔서 교황청 분위기를 바꿔주길 바랍니다.”

교황은 2021년 유 주교를 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했고,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그는 교황의 바람대로 교황청에서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며 친교를 일궈내려고 노력했다. 유 추기경은 “길을 가다가 신부나 신학생이 보이면 항상 먼저 가서 인사한다”고 말했다. 표정이 안 좋은 이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느 날 바티칸 광장을 지나가는데 굉장히 슬퍼 보이는 신학생이 있었어요.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걸었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니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또 물어봤죠. 내가 성직자부 장관 추기경인데 도움을 주고 싶다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런저런 사연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니 그제야 신학생 얼굴이 밝아지더라고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추기경을 ‘cardinale sorridente(카르디날레 소리덴테, 웃는 추기경)’라고 불렀다. 교황청 국무원에서 일하는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는 “추기경님과 만날 때마다 그분의 소박하고 열린 미소, 방문객을 향한 다정한 환대 등을 통해 그분에게 공감받고 있음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 추기경과 나눈 대화를 엮어 책(「라자로 유흥식」)으로 펴냈다.


 

 

 


기쁘게 사는 명랑 주교

“주교가 조금은 근엄한 모습이어야 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하느님은 사랑이시잖아요.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이신 하느님, 우리와 함께 있는 하느님, 예수님 모습이 저에게 훨씬 더 와 닿거든요. 그리고 저한테는 복음이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을 가진 사람은 얼굴에서, 모습에서 기쁨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을 찾아내고, 절망에서도 기쁨을 길어 올렸다. 사제·부제·신학생·예비 신학생까지 전 세계 모든 성직자와 성직을 준비하는 이들과 관계된 일은 교황청 성직자부 업무다. 사제 시절 대전가톨릭대 총장으로 사제를 양성했고, 대전교구장 주교로 교구민과 사제단을 이끌어왔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교황청 직무는 차원이 다를 터. 유 추기경은 “교황청 생활은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제를 양성하는 일, 사제들이 기쁘고 신 나게 살도록 도움을 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전혀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사제로 교회 전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그런 사제에게 벌을 내려야 합니다. 너무나 다양한 일들이 벌어져서 모든 일을 감당하기엔 제 자신이 너무 작게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 추기경은 “교황님 옆에서 뭔가 도와드릴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했다. 6월 23~27일 주교·사제·신학생 희년의 날을 기념해 교황청 성직자부가 주관한 행사 주제는 ‘행복한 사제 - 나는 너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였다. 레오 14세 교황도 함께 한 행사에서 유 추기경은 1700명의 참석자와 함께 “행복한! 사제!”를 힘차게 외쳤다.

“모두 신이 났었습니다. 행복한 사제를 보면서 신부가 되겠다는 사람이 생기는 겁니다. 기쁜 모습의 사제가 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미소와 기쁨의 원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했고, 지금은 레오 14세 교황과 발을 맞추고 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도전적이셨다”면서 “시노드 교회를 항상 염두에 두셨기에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누구든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걸 굉장히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에 관해선 “조용하시고 꼭 메모하면서 잘 들으신다”고 했다. “새 교황님께선 교황으로서 처음 집전하는 미사 때 그리스도의 사랑과 일치된 하나의 교회를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레오 14세 교황님을 뵈었을 때, ‘교황님과 함께 우리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선 ‘맞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새로운 시대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교황님께선 웃으시면서 ‘이미 큰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고 하셨습니다.”

기쁘게 살고, 그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온 유 추기경의 기쁨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하고, 안팎에서 괴로움이 몰려올 때 그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기도를 바친다.

“신앙은 근본적으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나의 관계입니다. 이 신앙에 우리가 두 발을 디디지 않으면 많은 경우 신앙은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바탕을 둔 믿음일 때에야 비로소 기쁘고 신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기쁨의 삶을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 선교가 되는 것이고요.”

유 추기경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어떤 일을 계획하기보다 하느님께서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뜻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치는 기도 중의 하나는 성모님이 하느님께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셨듯이 저 역시도 하느님 앞에선 제 계획을 언제든지 물리고 하느님 뜻대로 할 수 있기를 도와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계획은 아니지만 바람이 하나 있다”면서 “앞으로 교회와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고 이웃에게 더 필요한 사람이 되다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눈을 떠보니 천국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쁜 소식을 기쁘게 전하며 사는 명랑 주교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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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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