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과 9일.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차례로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올해로 80년이 됐다. 일본 학계는 원폭에 따른 사망자를 히로시마 약 14만 명, 나가사키 7만여 명으로 추정한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이 남긴 후유증과 핵무기가 초래한 참상은 인류 역사에 고통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에 핵무기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미·일 주교단의 공동 성명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의 ‘팍스 주빌리 2025 선언’에는 모두 핵무기 폐기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결단이 담겼다. 히로시마에 모인 한·미·일 주교들은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피해자 지원을 촉구하며 모든 전쟁과 핵 위협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인류 공동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외침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진정한 평화는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무기를 용감히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경험은 상호확증적 파괴에 기반한 안보가 결국 자기 파멸과 상실만 남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발이 남긴 것은 단순한 피해자 숫자를 넘어 깊은 상실과 고통을 안긴 인류의 비극이었다. 피폭자들은 지금도 암과 백혈병 등 장기 질환에 시달린다.
80년이면 충분하다. 인류는 적대와 불신의 논리를 버려야 한다. 정의와 형제애·공동선에 뿌리를 둔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핵무기를 내려놓을 때 창조주가 빚어낸 생명과 피조물이 온전히 숨 쉴 수 있다. 핵무기 없는 평화는 인류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지상과제다. 핵무기는 인류에 대한 모욕이며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비극의 도구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