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1004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2025 젊은이의 희년을 맞아 7월 말부터 보름여 동안 서울대교구 1078명의 청소년과 청년·사제단이 로마와 이탈리아 각 도시를 순례한 프로젝트다. 한국 교회 전체로는 1400여 명의 젊은이가 이번 희년 순례에 참가했다.
희년의 기쁨을 안고 순례에 임했지만, 그 여정은 ‘순례답게’ 순탄치는 않았다. 일반적인 세계청년대회(WYD) 여정처럼 희년 순례단 역시 성당 등 임시로 마련된 열악한 숙박 환경 속에서 지내야 했다. 일부 순례단은 건물 처마 밑에 모기장을 치고 사실상 노숙을 하기도 했다.
임시 숙소였기에 샤워 시설도 일반 숙박 시설과는 달랐다.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일부 숙소는 야외 샤워를 해야 해서 수영복을 입고 씻어야 했다. 이외에도 불안한 치안, 한국과 비교하면 열악한 대중교통,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언어 문제, 온열 질환, 인파에 밀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일까지. 모든 것을 각오하고 떠난 순례였지만 ‘고생길’은 상상을 넘어섰다.
평범한 여행이었다면 안 좋은 기억만 남았겠지만, 순례이기에 달랐다. 오히려 순례단의 마음은 더욱 단단해져 돌아왔다. 현지에서 접한 성인들의 영성에 감화돼 신앙이 더욱 굳건해졌다는 청년, 전 세계 사람들과 하나가 된 기분을 느껴 행복했다는 사람, 순례가 끝나기도 전에 ‘봉사자로 꼭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은 이, 순례한 이들끼리 깊은 유대관계를 쌓고 온 이들까지. 각자 다양한 형태의 선물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이번 순례를 통해 한국 교회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경험’이다. 교회 내에서 극히 일부만 WYD 참가 경험이 있던 상황에서 비슷한 형식을 경험하고 온 이들이 늘어난 것은 WYD를 준비하는 한국 교회 전체에 고무적인 일이다. 준비 과정은 물론 대회 중에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서울 WYD 개막까지 남은 2년,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