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 세계는 혹독한 기후 위기와 씨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폭염과 폭우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7월 열대야 일수는 22일로 1994년의 최장 기록인 21일을 넘어섰다. 또 7월 30일 밤부터 다음날 31일 새벽 서울 최저기온은 29.3도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117년 만에 가장 무더운 밤 기온으로 기록됐다.
유럽에서는 6월 말부터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최고 기온이 42도를 기록한 그리스는 아크로폴리스 관광을 금지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지열 과다로 인한 지하 송전선 이상으로 정전 사태 및 고열로 인한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동부 지역에 형성된 열돔 현상은 150년 만에 워싱턴 D.C.의 체감 온도를 49도까지 끌어올리는 살인적인 폭염을 보였으며, 텍사스주의 폭우는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했다.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24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2015년 파리협약에서 합의한 기온상승 한계치인 1.5℃를 넘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5℃나 올라갔다. 지구 온난화가 빨라지면서 하루 평균기온이 32도를 넘는 혹서기가 길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1년의 절반 이상이 여름이 되어버렸다. 빙하는 더 빨리 녹아내리고 해수면은 상승하며 바닷물도 뜨거워지고 있다.
1979년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란 저서를 통해 지구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화학과 생물물리학 그리고 의학을 전공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 연구소에서 화성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기 조절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구는 지구 시스템을 이루는 기권(氣圈)·수권(水圈)·지권(地圈)·생물권(生物圈)들에 의해 적정한 환경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지닌 생명체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을 따서 가이아(Gaia) 이론이라 부르는 그의 이론은 범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은 생명체인 지구에 암세포처럼 작용해 현재 지구는 자가조절 능력을 잃어버렸다.
202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폭염·산불·홍수·가뭄 같은 자연재해 발생은 더 빈번해지고 육지에 사는 동물과 식물 14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비극적 결말을 막기 위한 지구환경 및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은 단지 환경운동가만의 몫이 아니다. 정치·경제·과학 기술 종사자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며 우리 같은 소시민의 작은 노력이 더해지고 생활화되어야 하는 인식의 문제이자 실천의 문제다. 왜냐하면 이제 인류에게 기후 위기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이아 이론처럼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본다면 지구는 지금 중병에 걸린 병자(病者)다. 당장 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아픈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위로와 치유의 은총을 주는 병자성사를 행한다. 기후위기라는 중병으로 신음하는 지구에게도 우리의 기도를 담은 병자성사가 필요하다.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