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신도시 분위기에 걸맞게 현대적이면서도, 유서 깊은 가톨릭 전통과 고전미를 함께 품은 성당이 있다. 도로와 보행로로 둘러싸 사방으로 열려있는 경기도 화성의 수원교구 제1대리구 동탄송동성당(주임 이상훈 바오로 신부)은 2023 경기도건축문화상 경기도건축가회 회장상을 수상했다. 상징성과 장소성, 그리고 비접촉 시대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 건축으로 의미 있다는 평을 받았다. 더불어 동탄호수공원과 마주해 신자와 방문객 모드 자연 풍경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동탄송동성당(이하 성당)을 찾았다.
지역사회를 밝히는 ‘평화의 등대’
대지는 넓지 않지만, 그 면적에 맞춰 짜임새 있게 설계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새롭게 정비된 지역에 자리한 신축 성당은 깔끔한 외관으로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린다. 경사진 부지에 축대를 세워 지상 1층을 법적 지하 1층으로 구성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전체 건물에 안정감을 더했다. 네 면에 문을 내어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성당으로 자리한다.
다홍빛을 띠는 벽돌 외관은 지역의 대표적 장소로서 따뜻하고 품격 있는 인상을 준다. 성당의 대각선 너머로는 초록빛 나무와 파란 물결이 펼쳐진 동탄호수공원이 있다. 때문에 공원을 찾는 시민들도 성당 앞을 지나며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발길을 멈춘다.
성당의 네 면은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건물은 단순히 막힌 벽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곳곳에 바람이 스며드는 길목을 두어 마치 성령이 지나가는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한다. 층고는 높지만, 주변의 고층 아파트보다 낮아 위압적이지 않다. 또 공원의 나무와 호수보다는 높아, 주변 환경 속에서 지나치게 두드러지지도,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는 균형 잡힌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비례와 조화는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무채색 건물과 아파트 단지 사이에 따스한 온기와 시원한 숨결을 불어 넣는다. 저녁이면 성당 외벽에 조명이 켜져 한층 더 아름다워지며, 그 모습은 처음 설계 단계에서 그렸던 ‘평화의 등대’라는 구상을 그대로 구현해 내고 있다.
오순도순 모이고 통하는 나눔 공간
성당 1층에 올라서면 한쪽에 성가정상이 다복한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고 있다. 김형근(야고보) 작가가 모든 가정이 하나가 되길 희망하며 만든 작품이다. 이어 성모상과 화초들이 싱그럽게 반기는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카페와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있다. 공원이 바라다보이는 현관 바깥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책 한 권 읽기 적격이다.
로비는 열린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타 한 대다. 본당 전 주임 최광호 신부(바실리오·교구 관리국 부국장)가 성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타 본당을 방문해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를 연주하며 불렀던 바로 그 악기다. 가운데에는 본당이 설립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행사 사진들이 걸려있고, 오른쪽에는 본당 신자들과 함께 도보 성지 순례를 이어가고 있는 현 본당 주임 이상훈 신부의 배낭과 등산화가 놓여 있다.
옆으로 이어지는 벽면은 신자들이 직접 찍은, 성당의 이모저모가 담긴 작은 사진 타일과 액자가 장식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이 추억 모음 공간이 모두가 본당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끼게 한다.
옥상에는 넓은 마당과 함께 다양한 꽃이 심어진 화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가 조성돼 있다. 예전에는 이곳도 테라스로 꾸며 신자들에게 개방했지만, 현재는 잠시 정비 중이다. 이렇듯 성당 구석구석은 신자들이 휴식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조성돼 있다.
갖가지 색이 하모니를 이루는 빛의 노래
성문 앞 성모상은 찬란한 은총 속에 고요히 피어난 백장미처럼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성모상과 제대 위 십자가는 모두 김형근 작가의 작품으로 단순함과 선, 조각적 일체감에 중점을 두고 한국적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겸손과 기도’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서 빚어졌다.
영롱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2층 로비와 복도에서는 ‘정화’와 ‘조명’을, 성당 안에서는 ‘일치’를 상징한다. 조규석(요한) 작가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까지도 고려해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했다. ‘성모님 품 안의 파란 하늘 빛깔’로 물들인 좌우 수직 창 사이로, 이종상(요셉) 화백이 그리고 임채욱 작가가 판화로 재탄생시킨 십자가의 길 14처가 불빛을 밝힌다. 크로키를 연상시키는 스케치 형식의 그림은 고난의 절벽 앞에서 죽음의 경각을 마주한 예수님의 심정을 묵상하도록 돕는다. 한지에 배면 조명 기법으로 만들어져 특유의 깊이와 질감을 살렸다.
십자가가 걸린 제대 벽면에는 파벽돌을 빛의 파편처럼 흩뿌려 놓았다. 이처럼 단아하고 고운 성 미술품들과 함께 거룩한 성당이 완성됐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 봉헌된 정성과 기도가 성당 안을 깊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