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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을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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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편이라도 맞은 것처럼, 한번 들어와 박힌 후 영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문장들이 있다. 스콧 펙 박사가 말한 대로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가 아픔에 있다면, 이건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일 것이다.


계속되는 비 때문에 집에 갇혀 살다가 책장을 정리하는 중에,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오래전 내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책의 위력은 아직도였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응우옌 반 투안 추기경의 「지금 이 순간을 살며」이다. - 비슷한 책으로 뉴에이지의 거두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도 있으니 조심하시기를 바란다. 톨레의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인데, 이 책은 아쉽게도 절판되었다. - 처음 이 책을 읽었던 20년 전, 내 인생이 구덩이에 빠진 듯 괴롭고 슬펐던 그때, 나는 이 책을 내 곁의 많은 사람에게 선물했었다.


베트남 사이공대교구의 대주교로 임명된 후, 베트남은 공산화되고 이분은 끌려가 감옥에 갇힌다. 그 후 제대로 된 선고도 없이 13년 동안 갇히게 된다. 기약도 없는 이 막연함의 지옥은 무엇일까. 갇힐 때 이분의 나이 47세. 성모승천대축일에 연금이 시작되면서, 이분은 한가지 결심을 한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죄수들이 풀려날 날을 학수고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현재의 순간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서 살아가리라. … 만일 내가 기다리면서 나의 시간을 소비한다면 아마도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죽음입니다. ”


“만일 제가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시의에 적절한 순간들을 기다린다면 제 한평생에 과연 몇 번이나 그 기회가 오겠습니까? 저는 평범한 행동들을 비범한 방법으로 성취하기 위하여 매일 드러나는 경우들을 꽉 잡겠습니다.”


이분의 감옥생활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고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며 최소한 우리 수용자들처럼 선풍기와 신문, TV 등을 허용받았다고 믿으시는 분은 안 계시리라. 그러나 그 가혹의 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그 무더운 베트남의 날씨에 창문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너무 습해서 침상에서 버섯이 자라고 어둠 속에서 벌레가 오가는 곳, 지독히 더워 숨조차 쉴 수 없어 혼미해지다가 겨우 구멍을 찾아내는데 그건 물이 빠져나가는 조그만 수채 구멍이었다. - 변도 거기에 해결해야 한다. - 그러나 그는 거기에 코를 대고 겨우 숨을 쉰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형벌조차 이보다 심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코를 그 구멍에 대고 맨땅에서 백일을 보냈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찼고 작은 벌레들 노래기들 거미들 지렁이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쫓아버릴 힘이 없어서 … 하느님께서는 내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에 있기를 원하십니다.“


그는 그렇게 그곳에서 살아간다. 젊은 시절 사람들이 말하기를 “당신의 가장 큰 단점은 역동적이라는 것, 너무 공격적이라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바로 그 사람.


엄마가 곧 부를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모래성을 정성 들여 짓는다. 그리고 엄마가 부르면 기쁘게 일어나 집으로 달려간다. 2002년 그분은 눈을 감으시면서 그렇게 엄마의 품으로 달려가는 아이처럼 세상을 뜨셨을 거라 믿는다. 언제나 평범했던 한순간이 주님께 바치는 선물 꾸러미였을 테니까.



글 _ 공지영 마리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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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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