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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겸손과 사랑의 목자, 유경촌 주교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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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가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선종했다. 장례 미사는 1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는 장례 기간 2만 3000명이 조문했고, 장례 미사에는 3600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조문객이었다.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음에도 그의 삶에 감화돼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고인은 2013년 주교 임명 직후 “주님 말씀을 따라 솔선수범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타인에겐 한없이 너그러웠지만, 자신에겐 완벽주의자처럼 엄격했던 고인은 스스로 약속한 과제를 충실히 해냈다.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로서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다녔다. 평상복 차림으로 드러나지 않게 다니며, 세간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던 참사의 현장에 잊지 않고 나타나 함께 울었다. 외면받고 손가락질당하던 이들에게 죄송하다며 손을 맞잡아준 그의 모습은 진정한 목자의 표상이었다.

성인처럼 살아온 삶이었지만, 고인은 아재 개그를 즐기고 노래를 잘 부르는 친근한 사목자였다. 낡은 차를 끝까지 고집하면서도 힘들어하는 이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보다 주변을 챙기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고인의 삶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렸다. 무더위에도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긴 조문 행렬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그가 남긴 삶에 함께하겠다는 응답이었다.

임종 즈음 “가난한 이들과 더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던 고인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제 남은 우리가 고인이 지켜 왔던 낮은 자리를 채워야 할 것이다. 추모의 열기가 그가 몸소 살아낸 복음의 삶을 따르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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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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