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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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41) 또 다른 좁은 문(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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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는 평지보다 바람의 세기가 더 강해진다. 빌딩풍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장애물이 없는 넓은 공간을 지나는 바람이 좁은 고층 빌딩들 사이를 통과할 때 속력이 2~3배 빨라져서 나타나는 것으로, 간판이 날아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것은 ‘베르누이의 정리’로 설명되는데, 1738년 네덜란드 출신 스위스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다니엘 베르누이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유체(流體)가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속력은 증가하고 압력이 감소하며 반대로 넓은 통로를 지날 때는 속력은 감소하고 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방정식으로 표현하였다.

빌딩풍의 원인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지오반니 벤투리가 1797년에 베르누이의 정리를 이용해 해석한 물리 현상(벤투리 효과)으로도 설명된다. 창문을 닫을 때 문틈 사이로 바람이 더 세게 들어오는 현상, 넓은 강보다 좁은 물길에서 물의 속력이 더 빨라지는 현상, 고무 호스로 물을 뿌릴 때 호스 입구를 손으로 누르면 물이 더 세게 나오는 현상,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이 모두 베르누이 정리의 예다.

베르누이의 정리를 쉽게 말하면 좁은 입구에 많은 공기나 물이 지나가려니 서로 치열해지고 과격해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공기와 물 같은 유체뿐만 아니라 세상일에도 적용된다. 지난해보다 올해 대학 입학 경쟁률은 더 올라갈 듯한데 그 이유는 2007년생인 올해 고3 수험생의 숫자가 작년 고3 수험생보다 약 10인 4만 5000명 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황금 돼지띠의 해인 2007년에 태어난 이들은 재물복을 타고난다는 속설 때문에 출산이 반짝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이들이 만 4세가 되던 해에는 사립 유치원에 비해 교육비가 저렴한 공립 유치원 입학 경쟁률이 상승했으며 올해 대학 입시에도 이들은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작년도 서울 소재 주요 12개 대학 수시 입학 경쟁률은 평균 22.80대 1이었으며 의대 입시의 경우 작년 전국 39개 의대 수시 경쟁률은 24.04대 1이었다. 성균관대 의대 논술전형의 경우 412.5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보였다. 의대 진학 희망자는 많지만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좁다 보니 올해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을 졸업해서도 취업의 좁은 문은 젊은 세대를 힘들게 한다. 세계적인 경제침체, 기업의 투자위축으로 심해진 취업난에 주요 대기업의 채용 경쟁률은 평균 50대 1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고 선호도가 높은 기업은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해도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대기업 취업률은 10 내외다.

인간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이런 좁은 문 통과를 위한 경쟁이겠지만 나에게는 통과해야 할 또 다른 좁은 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고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사랑과 관용·정의를 실천해야 도달할 수 있는 문이며, 나의 의무를 다하고 길을 잃지 않도록 늘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가야 하는 순례의 삶 끝에서 만나는 문이다. 이번 주일 미사 복음 중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라는 말씀을 좁은 비상구 문 위의 안내표지인 것처럼 가슴에 새겨본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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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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