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병원은 자신의 몸을 누일 침대 하나 있는 외롭고 고독한 곳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성실하게 일해 온 직장에서 단절돼 홀로 남아 병마와 싸워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이 그립고 따뜻한 대화와 만남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곁에서 눈을 맞춰주고, 어떤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여줄 친구가 절실합니다.
한 초등학생이 기억납니다. 처음에는 어른이려니 했는데 막상 병실에 방문해보니 어린 친구였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 옆 테이블에 이어폰이 보였습니다.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 같아서 “요즘 어떤 가수가 인기가 많니?”라고 질문했습니다. 그 후 장장 한 시간 정도 K-POP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만남을 마무리하고 병실을 나오자 부모님이 한 말씀 건네셨습니다.
“OO가 요즘 치료 때문에 많이 지쳤는데, 신부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힘을 찾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노래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되어주는 게 돌봄의 하나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참전 용사분도 떠오릅니다. 찾아뵐 때마다 이런저런 전투나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데 존경과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메마른 식물이 단비를 맞은 것처럼 형제님 눈엔 다시 생기가 넘쳤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오직 친구라서 가능한 힘이었습니다. 제가 그분의 친구가 됐다는 뜻입니다.
환우를 돌보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건 함께 기뻐해 주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친구를 두고 잠언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향유와 향이 마음을 기쁘게 하듯 친구의 다정함은 기운을 돋우어 준다.”(잠언 19,7) 외로움과 고독으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환우들,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힘을 돋우어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성동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중앙보훈병원(준) 본당 주임 겸) 국립경찰병원 원목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