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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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밭을 사는 기쁨

신선비(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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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두 달간 신앙단상을 연재하며, 주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체험과 찬미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매 회 고백의 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 글을 눈여겨보시고 원고를 청탁해 주신 가톨릭평화신문 관계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44).

가톨릭평화신문 연재는 제게 그 밭을 사는 여정이었습니다. 제 병상은 때로 돌밭 같고 가시덤불 같았지만, 그 속에서도 주님께서 숨겨 두신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가진 것을 내어드리며 밭을 사는 기쁨이었고, 신앙의 작은 결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받은 두 달간의 가톨릭평화신문 원고료와, 생활성서 9월호 특별기획(카를로 아쿠티스 시성 기념) 원고료까지 한 푼도 쓰지 않고 봉헌하려 합니다. 일원동본당 파이프 오르간 설치 기금으로 드려, 저의 작은 고백이 주님의 전례 안에서 음악으로 살아 숨 쉬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본당의 박원주 요셉 주임신부님께서는 전례 음악을 깊이 사랑하시며, ‘노래로 드리는 미사’의 전통을 회복하고자 애써 오셨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기도를 장엄하게 드높이는 도구입니다. 그 소리는 미사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살아 있는 숨결이 됩니다. 전례의 가치는 세속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말씀·성사·기도와 더불어 음악이 있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전례의 본질적 요소로서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하느님께 마음을 더 높이 들어올리게 합니다. 성음악의 아름다움은 신자들의 영혼을 감싸며, 하늘나라의 장엄함을 미리 맛보게 합니다. 저는 머지않아 울려 퍼질 파이프 오르간의 깊고도 장엄한 울림을 고대합니다. 그 소리가 공동체의 기도를 더 온전히 하느님께 올려드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꿈을 꾸는 사람은 밭을 사려는 사람처럼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꾸는 열망을 간직할 때라야 살아 있는 봉헌이 되고, 인색함이라는 악습을 이기며, 진정으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을 깨달아 영원한 땅을 받아 누리게 됩니다. 참된 인성을 소유하게 되면, 불시에 오실 주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띠를 두르시고 칭찬해 주실 그분의 사랑을 듬뿍 누릴 생각에 가슴 벅차오를 것입니다. 만일 올바른 봉헌을 배우지 못한다면, 아브라함과 성모님의 참된 기쁨을 모른 채 정처 없이 떠돌며, 기름진 기도에만 머무는 불쌍한 신앙인이 되고 말겠지요. 그러나 주님의 밭을 기꺼이 사는 이는, 결국 그분의 꿈을 함께 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물으십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26).

저는 병상에서 이 말씀을 깊이 되새깁니다. 영원한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 가진 것을 내어놓고 밭을 사는 결단으로 오늘을 살고 싶습니다. 저는 영적 불구자가 아닌, 봉헌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현세적인 바람은 사라지고 성인이 되고 싶다는 갈증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저의 꿈은 앞으로도 영성 에세이를 쓰고,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 새겨진 천주교의 흔적을 정리해 책으로 엮는 일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집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제게 맡기신 증언이며, 밭을 사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거룩한 공동체의 평화를 빌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이 고백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신선비(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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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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