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여성 청년 신자들이 떠나는 교회, 눈높이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여성과 함께 걷는 교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교회에서 청년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30대 여성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4~2024년 교회 내 2030 여성 신자 수는 88만여 명에서 63만여 명으로 줄었다. 실제 신앙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는 통계치보다 더 적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목 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왜 여성 청년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모습을 감춘 것일까? 본지는 교회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참여한 신자들 가운데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들은 세례명으로 표기했다.

 

한국 교회의 여성 신자들은 본당의 대소사 곳곳에 팔을 걷어붙이며 교회 살림을 일구어 나간 주역들이다. 사진은 본장 김장 봉사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모태 신앙이라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자주 나갔는데, 성별에 따라 헌금 봉투색을 나누는 것을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왜 그런지를 물어봐도 뚜렷하게 설명을 안 해주더라고요. 본당에서 봉사하는 것도 봉사라기보다는 사교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했어요.”(수산나, 28)


“누군가는 미사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말씀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하는데,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진 못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스스로 성장하는 길이란 생각이 들어요.”(클라라, 31)



왜 떠나는가 
조건없는 헌신 당연시하는 교회
본당 활동이 부담으로 다가와 
평신도 목소리 낼 수 없는 환경 
남성 중심의 보수적 분위기  


동행하는 교회가 되려면 
여성에 대한 관점부터 바뀌어야 
교회 구성원의 성찰 필요 
사제·평신도 계층화 구조 풀어야
평등하게 대화하는 과정 시작해야 




20년 사이 청년 남녀 비율 역전

취재 중 만난 여성 청년 신자들이 전한 ‘호소’다. 이외에도 많은 여성 청년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는 일부 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4~2024년 한국 천주교회 교세 통계를 보면 20~30대 청년 신자 수는 2004년 155만여 명에서 2024년 141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여성 청년 신자 수는 88만여 명에서 63만여 명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약 30가 감소한 것이다.

여성 청년 신자가 줄면서 청년 신자 내에서는 성비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보통 교회 내에 여성 신자가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여기지만 청년의 경우 오히려 반대다. 2004년 20~30대 남성 신자와 여성 신자의 비율은 각각 43, 57로 대략 4대 6 정도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는 남성 청년 신자 55, 여성 청년 신자 약 45다. 여성 청년 신자가 줄어드는 사이 20~30대 남성 신자 수는 67만여 명에서 78만여 명으로 늘었다.

 



매력 없는 교회

젊은 여성들이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내에서 본당의 살림을 일궈가는 중장년·노년층 여성 신자들은 조건없는 헌신과 노고에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본당 문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내 딸에게, 젊은 여성 신자들에게 이 굴레를 물려주고 싶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본당 활동이 실질적으로 여성 신자들의 삶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당 구역반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에스텔(54)씨는 “신설 본당에 소속되어 건축 헌금 마련을 위해 만두를 빚어 판매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 매달 한 번씩 3000개에 달하는 만두를 빚고 판매하다 보면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교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이것이 길어지고 여성들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신자들의 봉사는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힘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계속 이어지는 봉사에 지칠 때가 많다”고 했다.

전 본당에서 수년 동안 제대회 봉사와 주일학교 교사 등을 병행하다 지쳐 결국 이사를 했다는 실비아(57)씨는 “본당 일과 직장을 병행하기 너무 힘들어 어떻게 그만둘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며 “실제 이사를 하면서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봉사에 부담을 느낀 젊은이들은 스스로 ‘냉담’을 택하고 있었다. 스텔라(31)씨는 “본당에서 봉사를 열심히 한 편이었지만 제가 봉사하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스펙을 쌓거나 아르바이트로 돈버는 것을 보며 비교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실과 신앙 생활 사이의 괴리에 결국 몇 년 전부터 본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평신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본당의 환경도 문제다. 에스텔씨는 “사목회장님이 나이가 많아 은퇴하실 때가 되자 오래 봉사해온 이들끼리 의견을 모아 새 사목회장을 추천한 일이 있었다”면서 “저희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주임 신부님이 크게 화를 내서 추천을 취소했고, 결국 다른 이가 사목회장이 된 일이 있다”고 전했다.

생활성가 가수로 서강대 신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중인 조은나(루치아)씨는 “본당 활동을 하던 중에 주임 신부님과 선배 평신도로부터 ‘말을 줄이고, 아무 일에나 나서지 말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은 일이 있었다”며 “그 활동은 성음악에 관해 신자들에게 해설해주는 것이었는데, 아는 지식을 설명해주는 것조차 제한받는 게 현재 본당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본당 활동을 한 저조차 어려움을 느끼는데, 청년들은 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교회의 여성 신자들은 본당의 대소사 곳곳에 팔을 걷어붙이며 교회 살림을 일구어 나간 주역들이다. 사진은 본당 단체 모임 전 기도에 함께하고 있는 여성 평신도들의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시각 변화부터

20·30대 여성 신자 수의 감소와 남녀 성비 역전현상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교회가 여성의 희생과 봉사를 당연시하는 시각의 변화 및 여성과 함께 걷는 교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교회 내 전문가들은 청년들과 함께 걷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들의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영(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교회는 여성들에게 다른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 여성을 해방하는 ‘앞서가는 여성상’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느리고 답답하다는 인상만 주고 있다”며 “특히 사제와 평신도가 계층처럼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요소”라고 봤다. 그러면서 “사제와 평신도들이 평등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은 “교회 내에 청년들을 단순히 노동력이나 ‘예비부모 세대’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를 벗어나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신앙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특히 여성이 다양한 현실적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삶에 공감하는 등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동행하는 것이 교회가 마주한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조은나씨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회 전체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이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핵심은 ‘직접 나서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비판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만이 ‘함께 걷는 교회’를 실천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8. 27

시편 72장 7절
주님 나라에 정의가 꽃피게 하소서. 큰 평화가 영원히 꽃피게 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