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 수녀들이 만든 한 릴스(인스타그램 짧은 영상)의 조회 수가 21만 회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광주대교구 청소년축제에서 수도회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은, SNS에서 유행하는 밈(온라인 패러디 콘텐츠)을 활용한 덕분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에는 “이제 불교만 힙한 게 아니라 천주교도 힙하다”, “수녀님들이 이런 영상을 올리다니” 같은 신선한 반응이 이어졌다.
성직자의 SNS 활용이 낯설지 않은 시대지만, 수녀들이 직접 춤을 추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이번 영상은 기존 홍보 방식과는 결이 달랐다.
이러한 시도를 제안한 이지현(마리아) 수녀는 부담도 컸다. 그는 “예수님께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박해자들 가운데 사셨고, 순교자들도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누군가 그 틀을 깨야 한다면 시대와 흐름에 맞춰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 돌을 던질 수도 있지만, 그 너머에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 믿었다”며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고 덧붙였다.
영상은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가톨릭이 무겁지 않다는 걸 보여줘서 고맙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피드백이 이어졌고, 종교가 없는 이들까지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을 접하며 댓글을 남겼다. 이 수녀는 “학생들은 수녀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거룩한 존재’로 생각했지만, 밈을 활용한 영상 이후엔 친근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소를 담당하는 그가 생각하는 신앙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과 동행하는 삶’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방식은 자유로울 수 있다”며 “특히 교회를 떠나거나 상처 입은 청년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다가가 다시 교회로 초대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수녀는 SNS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이들을 다시 연결하는 통로로 본다. 그는 앞으로도 시대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며 청년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들을 위한 한국 교회 역사 프로그램 ‘청순EZ’를 준비 중이다. 신청과 홍보는 청년들에게 가장 익숙한 인스타그램(@sbmc_lamps) DM을 통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