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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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화 데레사 ‘시성 100주년’ 학술대회…“시련 딛고 ‘작은 길’ 걸었던 영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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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의 데레사(1873~1897, 이하 소화 데레사) 성인은 ‘소화(小花)’라는 별칭처럼 일상의 작은 일들을 사랑으로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라는 ‘작은 길 영성’으로 잘 알려진 교회 학자다. 2025년 성인의 시성 100주년을 맞아,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관구장 이용석 야고보 신부)는 리지외의 가르멜 수녀회 출신 성인을 기리며 8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성녀 소화 데레사 시성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작은 이여, 나에게로 오라’(마태 18,3-4.10 참조)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성인의 영성에 대한 다양한 발제가 논의됐다.



기쁨과 평화로 승화된 ‘믿음의 시련’


학술대회에서는 소화 데레사가 생전 천국에 대한 믿음의 시련을 겪었으며, 그를 통해 불신자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넘어 애덕을 행했다는 견해가 발표됐다. 마산 가르멜 수도원장 신호준(마리오) 신부는 ‘성녀 소화 데레사에게 있어서 믿음의 시련’을 발제하며, 성 소화 데레사가 임종 1년 반 전 폐결핵의 각혈 증상과 함께 믿음의 시련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는 원래 신심이 깊었던 성인이 불신자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신 신부는 “성인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믿음에 맞서는 우리 지성의 공격이 얼마나 광포한지 깨달았다”며 “성인이 겪은 고통과 시련을, 믿지 않는 형제들의 구원에 대한 열망과 함께 그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희생을 실천에 옮기는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결국 성인은 애덕 실천을 통해 천국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고 믿음도 성장시켰다. 신 신부는 “성인은 시련의 고통을 통해 오히려 지상을 천국으로 삼았다”며 “하느님께서 특별히 천국에 대한 성인의 믿음을 정화시키시며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허락하신 은총의 시간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화 데레사가 시련을 극복한 것은 적극적인 의지와 희망 덕분이었다. 신 신부는 “성인은 어둠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품에 껴안아 주님께서 허락하신, 자신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기꺼이 받아들였다”며 “성인의 자서전에 나오는 ‘기쁨과 평화’라는 표현에서 성인이 투쟁에서 이겨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논평한 마산 가르멜 수도원 김광서(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성인은 믿음의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에 도달한 성인”라며 “이는 결국 정화를 넘어서 본질적으로 가장 완성되고 높은 사랑의 상태와 하느님과 합일의 실천적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대적 치유 전하는 ‘작은 길 영성’


소화 데레사의 ‘작은 길 영성’은 극단적 자기 계발과 완벽주의로 내몰리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받아들여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는 완전한 신뢰를 통해 성덕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성인의 작은 길 영성은 겸손에서 연유했다. ‘성녀 소화 데레사의 어머니, 젤리 마르탱과 작은 길’ 제목의 발제에서 소화 데레사 영성 전공 정인숙(젬마) 박사는 “성인은 사랑이신 예수님과 일치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완전히 비워져야 한다는 것을 직관했다”며 “그의 겸손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었으며, 그의 작은 길을 발견하게 해준 근본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발제를 논평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김평만(유스티노) 신부는 “무신론과 얀센주의가 팽배했던 19세기 말, 겸손과 신뢰가 핵심인 ‘작은 길 영성’은 고행 대신 자비와 신뢰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새로운 성화의 지평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영성은 겸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으로 혁신적인 영적 경지에 이르고 있다. ‘성녀 소화 데레사의 작품에 나타난 의식’을 발제한 성주 가르멜 수도원 박현찬(에우세비오) 신부는 “성인은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특은을 입었음을 분명히 인식했으나, 자기 자신을 ‘작은 영혼’이라 칭하며 데 조금도 방해받지는 않았다”며 “성인의 겸손과 가난, 하느님 앞의 작은 이로서의 모습은 모든 사람이 ‘작음’ 안에서 충분히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발제를 논평한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장 민범식(안토니오) 신부는 “성인이 보이는 내면성과 의식은 자신의 내면과 그에 대한 의식이라기보다, 하느님의 내면과 그에 대한 의식”이라며 “그 의식이 확장되어 ‘작은 길’이라는 표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성인의 시성 100년을 기념하고 더 나아가 성인의 영성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 갖는 의미를 찾는 자리였다.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장 이용석 신부는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많은 이가 느꼈던 영적 공허함과 소외감을 성인의 작은 길 영성이 치유해 주었다”며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교회와 인류 전체를 품는 성인의 보편적 사랑은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인천 가르멜 수도원 윤주현(베네딕토) 신부도 “성인의 작은 길 영성은 세기를 넘어 현재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복음의 길”이라며 “오늘 학술대회의 연구자들은 한목소리로 작은 길이 지금 우리가 살아내야 할 영성의 길임을 증언한다”고 평했다.



■ 성 소화 데레사…조용하지만 환하게 ‘천상의 빛’ 전해
소화 데레사는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수녀회에 입회해 수도명으로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받았다. 일찍 입회를 결심한 데는 가족의 영향이 크다. 네 명의 언니가 모두 수녀회에 입회했으며, 부모는 부부가 동시에 2015년 시성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다. 성인은 ‘작은 길 영성’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수도 생활을 했다고 알려진다. 겸손과 신뢰, 하느님 사랑을 중심으로 한 단순하고도 깊은 신앙이 바탕이 된다. 이러한 영적 어린이의 길을 발견해 24세의 짧은 생애에도 많은 현대인에게 천상의 빛을 전해줬다. 신비 체험이나 어려운 신학적 해설이 아닌, 일상적이면서도 복음의 핵심인 하느님 자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성인은 일반적으로 사후 50년 이후 시복이 지정되던 관례를 깨고 선종 26년 만인 1923년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시복됐으며, 불과 2년 후인 1925년 시성됐다. 그만큼 성인과 그의 영성은 당시 대중적으로 크고 높은 영향력을 지녔다. 교황은 이러한 전 세계인의 반응을 ‘폭풍과 같은 열광’이라고 불렀다. 이어 1927년에는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선언됐으며, 1997년 33번째 교회 박사로 선포됐다. 성인의 저서로는 자서전 「한 영혼의 이야기」가 있으며, 저술집은 「소화 데레사의 편지」 등이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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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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