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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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우리 민족의 예스러운 멋과 조화미 품은 전통의상

[사진에 담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 42.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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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노르베르트 베버, ‘한복 입은 소녀’, 1911,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사진 2> 노르베르트 베버, ‘볏단 위의 아이들’, 1911. 05. 황해도 청계동,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베버 총아빠스, 한복의 조화미 단숨에 간파

한복은 멋스럽다. 직선과 완만한 곡선의 단순한 조형미가 참으로 곱다. 단아한 깃과 정갈한 고름, 색동 장식이 조화롭다. 넉넉한 품과 과하지 않은 주름이 소박하다. 옷맵시를 드러내는 끈과 고름, 대님 또한 그 넓이와 길이·색의 변화로 여유롭다. 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예스러움을 품고 멋을 드러내는 ‘전통 복식’이다. 따라서 옷은 물론 장신구와 신발 등을 제대로 갖춰야 한복이라 할 수 있다.

한복이 멋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예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입어온 옷 속에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가 켜켜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정서와 문화의 조화가 한복의 멋으로 드러난 것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을 반영해 지어진 옷이 바로 한복이다. <사진 1>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한복의 조화미를 단숨에 간파했다. “옅은 꽃들이 봄의 첫 전령인 양 잠든 자연을 깨우고, 들판의 흙빛 풀들은 화사한 봄빛으로 갈아입고 햇살 고운 봄의 생기와 정취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봄꽃처럼 화사하고 매혹적인 아이들의 옷이었다. 부드러운 아네모네의 흰빛과 수줍은 제비꽃의 보랏빛, 다홍치마와 파랑 저고리, 이 모든 것이 붉고 푸르게 빛나는 풀모나리아 꽃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저기 한 아이가 초록 잎 위에 나부끼는 연노랑 앵초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금세 다시 연두와 주황이 되었다가 여기에 보라·초록·빨강이 뒤섞인다. 저기 긴 초록 옷은 어느새 연두로 변해 있고 흰색 끝동이 달린 주황과 자줏빛 옷 위로 검은 댕기 머리가 춤추고 있다. 젊은 봄기운과 흥겨움만이 마법을 걸어 만들 수 있는 색채의 향연이다. 물론 옷 군데군데 흙먼지와 때도 묻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소나기에 흙이 튄 작은 봄꽃 같다. 비록 몇 주 전 한 독일 신문기자가 조잡한 자연색의 배합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래도 한국 아이들 옷의 아름다움은 현란한 색상에서 단연 독보적이다.”(「고요한 아침의 나라」 71~72쪽) <사진 2>

깨끗한 옷은 ‘정결’을 상징한다. 구약의 사제들은 속죄 예식을 할 때 정해진 곳에서 몸을 씻은 후 깨끗한 아마포 옷을 입고 사제직을 수행했다.(레위 16,32 참조) 목화에서 뽑아낸 실로 짠 아마포는 우리 조상들이 즐겨 입던 흰옷의 무명천과 같다. 성경에서 ‘흰옷’은 거룩함과 승리를 상징한다.(2마카 11,8; 묵시 3,4-5 참조)

정결은 ‘정숙’을 요구한다. 교회 영성가들은 정숙함이 절제의 완벽한 구성 요소라고 가르친다. 정숙이 사람들의 내밀한 면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정숙은 정결을 지향하고 정결의 신중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정숙한 사람은 단정하게 산다. 그리고 점잖은 옷을 골라 입는다.
<사진 3> 노르베르트 베버, ‘남바위를 쓴 여성들과 여아들’, 1911. 03. 하우현성당,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한복 입으면 몸가짐 단정하고 걸음 단아

한복은 점잖다. 몸가짐을 얌전하게 하고, 걸음도 단아하게 한다. 한복 입은 여인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치마 뒷자락을 살짝 걷어 올려 잡고 사뿐히 걷는다. 이처럼 한복은 늘 품격을 유지하게 한다. <사진 3>

“나는 밝은색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음울한 천에 무늬를 넣은 띠로 매무새를 다잡은 일본 옷과 비교하면 알 것도 같았다. ··· 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연을 꿈꾸듯 응시하며 몇 시간이고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다.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잘 자란 어린 모가 연둣빛 고운 비단을 펼치듯 물 위로 고개를 살랑인다. 색이 나날이 짙어졌다. 한국인은 먼 산 엷은 푸른빛에 눈길을 멈추고 차마 딴 데로 돌리지 못한다. 그들이 길가에 핀 꽃을 주시하면 꽃과 하나가 된다. 한국인은 이 모든 것 앞에서 다만 고요할 뿐이다. 그들은 꽃을 꺾지 않는다. 차라리 내일 다시 자연에 들어 그 모든 것을 보고 또 볼지언정, 나뭇가지 꺾어 어두운 방안에 꽂아 두는 법이 없다. 그들이 마음 깊이 담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연에서 추상해 낸 순수하고 청명한 색깔이다. 그들은 자연을 관찰하여 얻은 색상을 그대로 활용한다. 무늬를 그려 넣지 않고,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살린 옷을 아이들에게 입힌다. 하여, 이 소박한 색조의 민무늬 옷들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고 원숙하고 예술적이다.”(「고요한 아침의 나라」 284~285쪽)
<사진 4> 노르베르트 베버,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녀’, 1911. 03. 하우현성당,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사진 5> 노르베르트 베버, ‘황해도 청계동 여자들과 아이들’, 1911. 05. 청계동, 랜턴 슬라이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일제 강점기 시절 한복은 저항의 상징

한복 이름도 다양하다. 형태에 따라 겉막이, 회장 저고리라 불리고 옷감에 따라 갑사·숙고자·양단·무명·모시 저고리 등으로 불린다. 또 색깔에 따라 노랑·분홍·색동저고리로, 문양에 따라 연화 문단·보상화 문단 저고리라 한다. 바느질 방법에 따라 홑·겹·깨끼 저고리라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한복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일제는 식민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말과 글뿐 아니라 머리 모양새와 옷차림을 강제로 바꾸도록 했다. <사진 4>

“이 진기한 거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들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헐렁한 흰옷으로 휘감았다. 이 옷에 어떤 장식물을 달아 본디의 순수성과 특성을 손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네 의복과 머리 모양을 신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런데 그 동기가 옛 것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일본과 일본을 연상시키는 것들에 대한 증오다. 덧붙여 말하면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혐오하거나 혁신에 적대적이지 않다.”(지그프리트 겐테, 「한국 여행기」 , 1905년 출간, 203~222쪽 참조)

복식연구가들은 한복의 멋스러움은 ‘정중동(靜中動)’에서 우러난다고 한다. 옷맵시에 대한 감성적 향수보다 내재한 정서를 더 깊이 성찰한 표현일 것이다. <사진 5>

“새로운 정신이 밀려들고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지고 당당한 성문들이 헐리고 있다. ··· 문화의 증거들은 포악하게 짓눌려 으깨진다. 연기를 피워 올리는 굴뚝 위로 우뚝 솟은 현대식 건축물들이 새 시대의 도래를 알려준다. 과거의 엄정한 윤리 도덕이 섬나라 풍속을 들여온 지배 세력의 강력한 영향하에 흐트러지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생성, 소멸과 개조가 진행 중이다. 여러모로 운이 따른 덕에 나는 소멸할 운명에 처한 문화사적 보물들의 마지막 모습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었다.”(노르베르트 베버, 「분도통사」 196쪽)

리길재 전문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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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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