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시’에서 살다가, 주말에는 시골 면 단위 마을로 내려간다. 삼십 년 넘게 서울에 살다 아이들과 시골에 짐을 풀었다. 1800여 명이 사는 면 소재지지만 주말 내내 마을을 돌아다녀도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마주치는 주민이라야 다섯 명 남짓, 그것도 보행기를 끌거나 저속 전동차·경운기를 모는 어르신들이다.
서울에서는 늘 곁에 있던 편의점·배달 음식·식당과는 강제로 결별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슈퍼는 없고, 자동차로 4㎞를 달려야 하나가 나온다. 걸으면 한 시간, 자전거로는 위험천만한 길이다. 장을 보려면 30분 넘게 차를 타고 읍내로 나가야 한다. 최근 농민일보에서 근처에 식료품점이 없는 농촌 현실을 다룬 ‘식품사막’ 기사를 보며, 바로 이 동네 이야기구나 싶었다.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마을처럼, 신앙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주일,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성당에 갔다. 미사 후 공지사항 시간, 사목회장님이 차량 봉사를 맡아온 형제님이 10년 봉사를 마무리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지금껏 누군가가 봉사를 마무리할 때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건 처음이었다. 대성전을 둘러봤지만, 뒤를 이을만한 봉사자가 보이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미사가 있었던 가까운 공소는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 마루 바닥 공소에서 미사를 드린 후엔 모두가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함께 청소하곤 했다. 농촌의 식품사막이 낯설지 않듯, 신앙사막도 이미 가까이 와 있다. 고령화와 신자 수 감소에도 농어촌 본당들은 꿋꿋이 신앙을 지켜가고 있다. 서울 명동에선 2027년 세계청년대회 준비로 분주하지만 이 작은 시골 본당엔 그 무대를 함께할 청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여전히 성당을 지키고, 신앙으로 하루를 산다. 가톨릭 신앙은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