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버려진 밭 일구고 이웃 돕는 농부 신부

해외 선교하다 농사 짓는 공성식 신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공성식 신부가 지난달 24일 세종시 연서면의 한 농가에서 며칠 전 수확한 마늘을 선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8000평 배·마늘밭서 일하고 기도

판로 막힌 농산물 대신 팔아주고

겨울이면 눈 치우며 주민들과 동행

‘부지런한 일꾼’ ‘마을 해결사’로 통해




세종시 연서면의 소농가. 한 수도 사제가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작업복 차림에 목 수건을 둘렀다. ‘부지런한 일꾼, 마을의 해결사’라 불리는 공성식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최양업 토마스 수도원 소속)다. 공 신부는 며칠 전 수확한 마늘을 선별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8000평이 넘는 배·마늘밭에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기도한다. 그에게는 배·마늘밭이 일하고 기도하는 수도원인 셈이다.

“그동안 수도자로서 본질적인 삶 중 ‘단순노동’이 결여돼 있었습니다. 삶 자체, 그 모든 순간이 기도가 되길 원했던 선대 수도자들의 모습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는 것(Ora et labora)이 수도생활의 본질이지요.”

13년간 홍콩·마카오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2019년 귀국한 그는 기도하고 일하고자 농사에 뛰어들었다. 시설 재배 대신 노지 농사를 택했다. 그는 “하느님 안에서 노지 농사를 하면 기도를 더 많이 하게 된다”며 “특히 요즘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하느님께) 간절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공 신부가 짓는 밭 중 상당수는 버려진 땅이다. 마늘밭 7500평 가운데 5500평이 ‘폐경지’다. “시골에 노인분들밖에 안 계셔서 밭농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농사를 놓은 지 20년이 넘는 밭들이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공 신부는 버려진 밭을 되살려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값이 싸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고 번거롭고 짜증도 많이 나지만, 그 삶 안에서 서로 나누는 이웃이 있고, 서로 돕고 싶은 마음이 시골 공동체에는 남아있습니다.”

공 신부는 겨울이면 마을의 눈을 치우고,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 ‘부지런한 일꾼’ ‘마을의 해결사’로 통하는 이유다. 이날도 동네 주민 이상필(66)씨의 마늘을 공 신부가 팔아주기로 해 이씨가 마늘을 들고 찾아왔다. 이씨는 마늘을 건네자마자 자연스럽게 함께 자리에 앉아 선별 작업을 거들었다.

이씨는 “신부님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신부님은 처음 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보통 신부님이면 성당에서 기도하는 분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공 신부는 “여긴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어떻게 도와줄지 생각하면서 산다”고 화답했다.

공 신부 덕에 지역 공동체는 교회와 가까워졌다. 그는 “이웃들이 신부가 누구인지, 수도생활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면서 교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얼굴도 잘 생겼는데 장가는 왜 안 가는지도 궁금해한다”며 웃었다.

마늘 선별 작업이 끝날 무렵 공 신부는 차를 타고 10분가량 떨어진 배밭으로 향했다. 마을 어르신의 배밭이었지만, 지난 폭우로 도로 축대가 무너져 이를 복구하는 작업에 공 신부가 나선 것이다.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만큼 좁은 복구 현장에서 중장비 기사들도 꺼리는 곳까지 공 신부의 손길이 닿았다. 눈 깜짝할 사이 공 신부는 포클레인에 시동을 걸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 돕고 살아야 살맛 나는 세상이 됩니다.”

이정민 기자 jojo@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8. 27

야고 5장 11절
주님은 동정심이 크시고 너그러우신 분이십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