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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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강 위로 솟은 은총의 보금자리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자헌 성당

[중세 전문가의 간 김에 순례] 40. 오스트리아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자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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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강가의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 정식 명칭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성당. 엔스 골짜기 130m 높이의 봉우리에 자리한 순례 성당으로, 뒤로는 게조이제 국립공원이 펼쳐진다. 그라츠-제카우교구의 본당으로 아드몬트 수도원이 사목을 맡고 있다.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 지방은 풍경이나 산물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경상북도 지방이 연상됩니다. 이곳에는 ‘키르헨로아스’(Kirchenroas)라고 불리는 독특한 가톨릭 전통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성당 투어’쯤 되는데, 하루에 수도원과 교구 성당 두세 곳을 차례로 방문해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하는 순례 문화입니다.

키르헨로아스는 17~18세기 오스트리아 가톨릭 신심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마을 단위로 성체 거동 행렬이나 순례가 활발히 이뤄졌는데, 이것이 지역 교회를 묶는 순례로 확장되면서, 자연 속에서 다양한 신앙의 문화를 만나는 전통이 자리잡혔습니다. 오늘 가볼 순례지도 슈타이어마르크 성당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곳으로 성모님 은총이 가득한 아름다운 고딕 성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의 본랑과 은총의 기적 성모자상. 큰 홀 형태의 성당은 네 개의 소성당을 갖추고 있다. 제단·강론대·고해실은 대부분 초기 바로크 양식으로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에 제작됐다. 1m가 넘는 크기의 성모자상은 15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이 성당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품이다. 19세기에 다시 채색했다.

엔스강에 떠내려온 성모자상의 기적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자헌 성당은 엔스강 상류 북쪽으로 높이 130m의 프라우엔베르크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아름다운 바로크 도서관을 자랑하는 아드몬트 베네딕도회 수도원과 가깝습니다. 수도원 마당에서 순례 성당의 실루엣이 보이지요.

프라우엔베르크 순례의 시작은 140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날 산기슭 덤불에 걸려 있는 목조 성모자상이 발견됩니다. 그때가 부활 제2주간 토요일 밤이었는데 빛이 환히 비치는 곳에 가보니 성모자상이 있었던 겁니다. 아마도 알프스의 눈이 녹아 범람한 강물에 떠내려오다가 걸린 듯했습니다.

아드몬트 수도원 수도자들은 성모자상을 수도원 성당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자 성모자상이 사라졌고, 원래 발견된 장소에서 다시 찾을 수 있었죠.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자, 아빠스는 하느님의 표징으로 알고 당시 쿨름이라고 불리던 언덕에 목조 소성당을 세웁니다. 1410년 고딕 양식의 석조 성당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이곳 언덕을 ‘우리 성모님 산(Unser Frawnperg)’, 즉 프라우엔베르크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프라우엔베르크에서 은총의 기적이 계속 일어나면서 이곳은 엔스강 상류 지역뿐 아니라 슈타이어마르크 전역의 영적 지주로 자리 잡지요. 18세기에는 매년 6만 명이 이곳을 순례했습니다. 
1681년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과 아드몬트 수도원 모습(위), 현재 아드몬트 수도원 도서관(아래). 아드몬트 베네딕도회 수도원에는 현재 25명의 수도자가 생활하며 사목과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바로크의 보석으로 꼽히는 수도원 도서관뿐 아니라 아드몬트 김나지움은 지역 명문으로도 유명하다.
아드몬트와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 순례 성당 뒤로 사제관과 수도자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성당 아래 시가지가 아드몬트다.

아드몬트 수도원에서 시작한 성당 투어 순례지

이처럼 프라우엔베르크 순례는 아드몬트 수도원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때부터 아드몬트 수도원은 프라우엔베르크 순례지의 사목과 성당 건축·봉헌을 책임졌습니다. 16세기 초 기록에 이미 프라운베르크 본당이란 명칭이 등장합니다. 현재 성당은 그라츠-제카우교구 본당이지만, 사목은 아드몬트 수도자들이 맡고 있지요.

아드몬트 수도원에 관해 잠시 언급해야겠습니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1074년 잘츠부르크의 게브하르트 대주교가 설립한 베네딕도회 수도원입니다. 수도원은 중세에 잘츠부르크의 소금과 슈타이어마르크의 철이 운반되던 물길인 엔스강 상류에 자리한 교역 요충지이자 영적 중심지였죠. 이미 중세 초기엔 필사와 사목의 중심지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도서관은 바로크 시대에 장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오늘날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원 도서관으로 손꼽힙니다. 도서관을 장식하는 화려한 조각·벽화·스투코도 걸작이지만, 무엇보다도 20만 권이 넘는 장서는 베네딕도회의 학문 전통을 보여 줍니다.
순례 성당의 4개 측면 소성당 중 하나로 안토니우스 제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병역 거부로 순교한 복자 프란츠 예거슈테터와 13세기 안덱스 출신으로 자비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한 성인 헤드비히의 성유물이 모셔져 있다.

엔스 골짜기 수도원과 성당 도는 키르헨로아스

순례는 ‘엔스 골짜기 루트’대로 가봅니다. 아드몬트 수도원에서 시작해서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을 정점으로 한 뒤, 본당의 예속 성당인 아르드닝 성당에서 끝을 맺는 길입니다. 프라우엔베르크가 게조이제 국립공원 초입에 있어 자연을 즐기며 도보 순례도 가능해 인기 높은 성당 투어입니다.

프라우엔베르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언덕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두 개의 양파형 돔이 있는 후기 고딕 양식의 성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왼편으로는 골고타 언덕이 조성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수도원이 운영하는 베네딕도 양로원이 있습니다.

지금의 순례 성당은 1460년경 지어졌습니다. 성당 정면은 슬래그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어서 이곳이 광산업으로 유명한 곳임을 다시 느낍니다. 성당 내부는 17세기 말 재단장했습니다. 성당 안은 홀 구조로 네 개의 측면 소성당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습니다. 주 제대는 순례자를 위해 높게 만들어져 있는데, 중앙에는 고딕 양식의 성모자상이 있고, 좌우에는 성모의 부모인 성 요아킴과 성 안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장은 성모의 생애를 그린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지요.

안토니우스 소성당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신앙에 따라 나치의 전쟁을 거부하고 순교한 복자 프란츠 예거슈테터의 성유물이 모셔져 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거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은 게르만족 부활에 도취해 있었습니다만, 모든 양심의 불꽃이 꺼지진 않았던 거죠. 성당의 종소리가 마당을 떠나 계곡과 산비탈을 따라 퍼져나갑니다.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큰 종 세트입니다. 그중 하나가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해를 맞아 새로 추가된 예거슈테터 종으로 매일 오전 9시에 10분간 울립니다. 댕~ 댕~ 댕~. 참된 신앙은 언제나 타협이 아닌 선택, 진리를 향한 결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듯합니다.
 
<순례 팁>

※ 하루 순례 코스로 아드몬트 수도원→ 프라우엔베르크 순례 성당→ 아르드닝 부속 성당을 잡으면 좋다. 아드몬트 수도원에서 버스(No.910) 로 1시간가량 이동 후 도보(1㎞) 이동

※ 프라우엔베르크 성당 미사 전례 : 주일과 대축일 10:30, 목요일 12:00 (매월 첫 목요일 18:30에 순례 미사와 촛불 행렬), 아드몬트 수도원 도서관 관람: 주일과 평일 10:00~17:00(하절기, 월 휴관), 8~9월 매주 금요일 21:00 야간 투어가 있다.

※ 유럽의 다른 순례지에 관한 알찬 정보는 「독일 간 김에 순례– 뮌헨과 남부 독일」(분도출판사 202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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