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직업 연주자 유희정씨
드리미예술단 메인 피아노로 활동
장애예술인 경연 ‘스페셜K’서 입상
“공연·유튜브 촬영할 때마다 뿌듯”
“직업 연주자가 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책임감도 더 생겼어요.”
22일 서울 수유동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헬렌켈러의집.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내 드리미예술단 피아니스트 유희정(리타)씨는 공연과 정기 연습이 없는 이날도 이곳에서 피아노 건반을 치는 데 열중했다. 건반 위에 악보는 없었지만 그녀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유려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 곡들을 섭렵하기까지 음과 박자를 듣기만 하고 외우며 숙달했을 유씨의 노력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시각장애인인 유씨는 8세 때부터 30년 가까이 자신의 감각에만 의지해 피아노를 연주해왔다. 피아노 앞에 앉기까지도 비장애인보다 시간이 걸린다. 현재는 직업 연주자이자 피아니스트로서 단원들과 만나 다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북쪽 끝 수유동에서 연습공간이 있는 남쪽 끝 봉천동까지 매일 혼자 이동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친다. 유씨는 “출퇴근할 때면 2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여서 힘들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순간이 될 때면 보람을 느낀다는 ‘프로’의 모습이다.
“유치원이나 장애인 작업보호장에서 많으면 주에 2번씩도 공연을 한 것 같아요. 때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같이 따라 부르면서 함성도 외치고 호응해줄 때면 행복함을 느끼곤 해요.”
그녀는 드리미예술단 메인 피아노 연주자인 동시에 베이스기타까지 연주하는 팔방미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예술인 경연대회 ‘스페셜K’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2020년 창단한 드리미예술단은 300회 넘는 공연을 마쳤으며, 유튜브를 제작해 많은 이에게 음악을 전하고 있다. 단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들도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드리미예술단은 공연과 함께 시각장애인 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유씨는 “유치원·초등학교 학생들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거나 점자로 자신의 이름을 써본다”고 전했다. 어린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체험하면서 장애 인식을 지니도록 하고자 그녀를 비롯한 단원들이 나서서 돕는 것이다.
유씨는 직업 연주자로서의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혼자서 피아노를 연주해 소리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지금은 대형 스피커나 앰프같이 전문 장비도 있어서 소리도 풍성하고, 단원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 행복해요. 또 월급날이면 시설 선생님들께 커피 한 잔도 살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녀는 소박한 꿈도 전했다. “공연하고 유튜브 촬영을 할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함성소리를 들을 때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앞으로도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 서고 싶어요.”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맞는 희년의 의미와 희망을 되새기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사랑 실천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