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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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42) 당신의 목걸이(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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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화가 얀 스틴(Jan Steen)의 미술작품 ‘공증인 앞에서 여성의 보석을 녹이는 금세공인, 연금술사’(1668~1670년경)에는 한 여인이 자신의 목걸이를 금 세공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장면이 있다. 그림 속 슬피 우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서 목걸이가 꽤 비싼 물건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1805년에 프랑수아 제라르는 대관식을 위해 예복을 입은 나폴레옹의 부인 조제핀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특히 이 그림에서 그녀가 가진 부와 권력이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커다란 목걸이로 표현되었다. 에메랄드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행복과 행운을 불러오며, 다이아몬드는 강인함, 순수함,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소유한다고 정말 행복하고 행운이 따르며 강인하고 영원할지는 의문이다. 보석이 가진 의미는 인간이 부여한 미사여구며 보석 판매업자가 구매자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최고의 광고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는 모두 자연에서 산출되는 광물이다. 쉽게 말하자면 둘 다 땅 속에 있는 돌이다. 에메랄드는 베릴륨·알루미늄·규소·산소가 주성분인 규산염 광물인 반면, 다이아몬드는 오직 탄소 한 종류로만 이루어진 광물이다. 탄소로만 이루어진 물질 중에는 흑연도 있는데 다이아몬드와 성질이 많이 다르다. 다이아몬드를 이루는 탄소 원자들은 정사면체 구조로 매우 단단하고 투명하며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흑연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층상 구조로 결합이 약해 잘 부서지고 전기가 잘 통한다. 다이아몬드는 주로 보석으로 사용되지만 흑연은 연필·샤프심 제조에 사용되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제, 원자로의 감속재 등에 필수적이다. 또한 첨단 신소재인 풀러렌,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등을 제작할 때의 기본 재료로서 다이아몬드보다 활용도가 높다.

물질의 용도와 인류에게 기여하는 가치로만 평가한다면 다이아몬드보다 흑연이 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흑연은 다이아몬드보다 저평가되어 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이용했다. 값비싼 보석과 귀금속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인간 됨과는 무관하게 그 사람을 과대평가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석기 시대에는 동물의 뼈, 뿔 등으로 목걸이를 만들었고 철기 시대에는 주로 금이 장신구의 재료로 이용되었으며 유럽에서는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장신구에 사용되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 스캔들에 연루되어 시민들에게 분노의 표적이 되었는데 이는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당시 일반 대중과 얼마나 심리적으로 괴리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화려한 장신구로 자신을 장식한다고 그 사람이 잘나고 뛰어난 것은 아니다. 잘나고 뛰어난 것은 남들이 자연스럽게 인정해 주는 것이지 스스로 몸에 치장하여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더욱 실감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14,11)’라는 이번 주일 복음 말씀에서 금이 아닌 은 십자가를 착용하고 항상 낮은 자세로 우리 곁에 계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올려 본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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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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