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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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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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의 복음은 루카가 전한 주님의 몇 안 되는 ‘처세술’이다. 안식일에 초대된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보시다 결국 ‘저러다 더 중요한 사람이 와서 밀려나면 부끄러운 것이 아닌가’라고 일갈하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대접받기 원하고 윗자리에 올라서기를 갈망하는 것은 내가 밀려날 리가 없다고 믿는 강한 자기확신과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능 때문이다.

중요한 행사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불만을 품는 이들이 있다. 누구나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결국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주님의 말씀을 현대에 맞춰 재해석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자신을 높이는 이는 운 나쁘게 낮아질 수도 있는데, 함부로 비판하다가 나중에 그 사람에게 욕볼 수도 있으니 말조심·표정관리 하라’는 것이다.

주님이 말씀하신 처세술이 지금과 어울리지 않는 점이 또 있다. 식사에 초대할 때 형제·친척 또는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말라고 하시며, 그 이유가 그들도 다시 초청자를 초대하여 보답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식·장례식·돌잔치·환갑·진갑·은혼식까지 서로 초대 명부를 적고 축의·부의금을 걷어내는 우리로선 납득하기 쉽지 않을 터다. 주님의 말씀대로 잔치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청한다면 의아한 눈초리부터 심하면 이혼당하거나 문중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로 유명한 배우 해리슨 포드가 한 토크쇼에서 젊었을 때 꿈이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말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황혼기에 가장 바라는 것은 ‘조용하게 잊힐 권리’와 ‘안락하고 한적한 주변 환경’이었다. 높아지고 인정받는 것이 인생의 한순간엔 최고일 수 있지만, 긴 인생 전체를 보상하기엔 뭔가 아쉽고 허무하다.

음악가들 역시 타고난 ‘관종’ 기질이 다분하다. 자신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능력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고 대가를 받는 점에서 이런 기질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자신이 몇 번째 주자인지도 그들에겐 일생을 건 중요한 이슈다. 관객들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자리 배치에 그들의 자존심과 평생의 노력이 걸려 있다. 한 단계 더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헌신한 자신의 현실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이런 막후 싸움을 보다 못해 나이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에겐 낮아지면 높아진다는 주님의 말씀이 현실과 멀다. 이런 욕망의 발현이 인간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쏟아지고 있으니, 참으로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인디나아 존스와 죽음의 사원, 존 윌리엄스 지휘
//youtu.be/VVYFvL5S7nU?si=rOz3sJ7gxMVfXErN

작곡가 류재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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