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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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 하늘 나라를 위한 동정과 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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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집으로 새로움을 낳는 처소다. 신약성경에서는 ‘마음’을 인간 본연의 삶의 근본이자 원리로 이해했다. 선재한 은총은 마음의 내적 동력에 의해 실현되고, 희망과 노력은 삶을 선의 충만으로 이끈다. 예수께서 인간의 마음에 호소하심과 한처음 상태의 회복을 다룬 ‘마음의 구원’(교리서 2부)편이 다소 길었던 이유다.


오늘부터 만나게 될 주제는 그리스도의 말씀(마태 19,10-12 참조)에 바탕을 둔 제4부(73-86과) ‘하늘나라를 위한 동정과 독신’에 대한 이해다. 이혼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혼인은 하느님이 제정하셨으므로 부부의 근원은 한처음에서 찾아야 한다(마태 19,1-9 참조)는 말씀에 이어지는 부분이다.


예수님은 제자 중 한 명이 혼인의 무게를 너무 크게 느껴 넋두리처럼 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러하다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에 대해 응답하신다. “사실 모태에서부터 고자로 태어난 …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마태 19,12) 새로운 성소의 지평을 당신께서 연 것이다.


우리가 첫 번째로 눈여겨 볼 점은 이 부분의 배치다. 성경에서는 ‘혼인’ 이야기 다음에, 교리서에서는 ‘육의 부활’ 다음에 자리한다. 배치 순서에서 새로운 신분의 상태가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교리서의 폴란드 원전은 3부 1이 ‘육의 부활’, 3부 2가 ‘하늘나라를 위한 독신과 동정’이다. 즉 바리사이들과의 대화에서 부부의 근원은 한처음이지만, 하늘나라를 위한 동정과 독신의 삶은 미래에 완성될 그러나 이미 시작한 성소로 몸의 종말론적인 예고요 표징임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이다. 몸의 근원과 몸의 궁극적 완성이라는 두 말뚝을 박고, 금욕 생활에서 ‘하늘나라 때문에’라는 지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두 번째로는 이 성소가 하느님을 향한 배타적 사랑 즉 혼인적 사랑이며 신비적 동정인 까닭을 육체적 동정과의 밀접한 관계로 암시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종말론적인 예고요 표징이지만, 사두가이들과의 부활 논쟁 후에 언급되지 않고, 바리사이들과의 혼인 말씀 후에 언급된 것이다. 즉 세상 안에서 ‘지금’ 하는 응답이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최종 목적지다. 그들이 지향하는 지복직관을 오늘 이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통해 비추는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즉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성소는 단순히 독신의 삶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혼인한 동정의 삶을 독신의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인격이 하느님께 속한다는 사실은 신비적 동정에 의해 강조되고, 육체적 동정으로 표현된다. 사도직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나 하늘나라 안에서 금욕 생활도 아닌,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금욕 생활을 받아들인 이들이다.


제자 중 한 명이 말한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의 관점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의 고유한 성소, 곧 사랑을 위해 다른 한 성소를 포기하는 길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동정과 독신은 몸이 지닌 혼인성의 의미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의 진리에 담긴 자기 증여와 충만(행복)을 체험할 때 종말론적 삶은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이 성소는 결혼의 지상적 표지 안에서 혼인성이 아닌, 임박한 동정성의 신비로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는 혼인성을 살라는 초대요, 권고다. 책임질 것이 없는 독신자처럼 스스로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신분과는 거리가 멀다. 내 집에 내가 없는 것이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의 왕직 재속 선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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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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