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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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쉴 곳을”…송원섭 신부, 자립준비청년 향한 관심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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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곁을 지키는 어른의 사랑만이, 세상에 홀로 표류하며 주저앉았던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용기를 심어 주리라.” 
2013년부터 가정 해체와 숱한 상처, 외로움 그리고 버거운 책임감에 짓눌린 자립준비청년들의 보호자로 동행해 온 인천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 관장 송원섭(베드로) 신부의 신념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까지 곁을 지켜 온 여정을 담아 최근 펴낸 「송원섭 신부와 별바라기 이야기」(송원섭 신부 지음/204쪽/1만5000원/인생산책)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


송 신부는 책을 통해 단순한 복지 현장 소개를 넘어 자립준비청년들이 실제 겪는 심리·정서적 어려움과 경제적 자립의 현실을 생생히 전달한다. ‘죽어 없어지고 싶다’는 절망을 수없이 불러온 폭력과 학대, 부모와 세상을 향한 원망과 그 이면의 간절한 그리움…. 청년 중에는 여러 정신질환을 포함한 복합적 위기를 지닌 채 별바라기에 입소하고, 때문에 자립하더라도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 여전히 힘겨운 경우가 많다.


송 신부는 “자립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일인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심리적 변화와 충동적 행동으로 고통받는 친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밝게 웃으며 성실히 출근하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요. 악몽 같은 기억 때문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며칠간 침대에 누워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 직장도 잃고 자립 과정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인간은 발달 과정에서 부모의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성취감을 키워가고 실패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은 그 과정이 결핍돼 언어 발달이 더디거나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는 일이 많다. 어떤 칭찬도 믿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안 돼’라는 패배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저로서도 너무나 무력해 울부짖으며 기도한 적이 있어요. 주님의 응답은 단순하고도 분명했습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 저에게 새로운 사명의 시작으로 울려 퍼진 응답이었어요.”


자립준비청년들은 상담·치료와 다양한 체험을 통한 심리·정서 지원, 사회적 기본기와 직장 적응을 돕는 경제적 지원, 가족 같은 소속감을 부여해 순환적 돌봄 구조를 형성해 주는 공동체적 지원 등 별바라기의 세 가지 핵심 지원을 통해 자기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고 있다.


송 신부는 “자립은 삶을 지속할 내적 힘과 관계 속의 회복을 이루는 총체적 과정”이라며 “무엇보다 ‘결코 늦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작은 성취를 함께한다”고 말했다. “함께 장을 보러 가고, 비 오는 날 학교에 데리러 가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부모가 되어주는 사랑”이라고.



사랑이 만들어낸 변화


“신부님, 저 이제 혼자서 병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젠 혼자 요리도 해 먹어요. 무슨 일이든 혼자서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69쪽)


송 신부는 사랑으로 바뀌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모습까지 책에 담았다. 단순한 행동 개선이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 모든 어른에게 적대적이던 친구가 수줍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자해하던 친구가 스스로 돌보고, 감정 조절이 안 되던 친구가 스스로 숨을 고르고, 우울에서 못 헤어나던 친구가 “신부님, 보고 싶었어요” 하며 찾아와 마침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별바라기의 진짜 과업은, 실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믿게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여정은 오래 걸릴 수 있다. 때로는 뒤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믿고 있다.”(57쪽)


책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일어나 세상과 연결되도록 끝까지 기다려 주는 송 신부의 사랑에 우리가 동참하도록 이끈다. 송 신부의 호소 역시 한결같다. “기초적인 자립 소양조차 익숙지 않은 어린 나이에 모든 걸 스스로 습득하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날 기회가 없는 그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달라”고.


“퇴근 후 적막한 집에 들어서는 순간마다 몰아칠 외로움을,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는 이 친구들의 단절감을 기억해 주세요. 그 절박함을 진정 안다면, 우리 어른들부터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청소년지도사·사회복지사 등 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2019년 별바라기 관장으로 부임한 송 신부는 자립 사업 제도 초기부터 컨설팅, 자문에 참여하며 시스템 구축에 힘써 왔다. 자립지원관 업무 매뉴얼 개발에 참여하고 청소년 자활작업장 운영 모델도 구상했다. 송 신부는 청소년 자립 지원 분야에서의 오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통령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 위기 청소년 100여 명 보금자리 ‘별바라기’
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사장 김현수 토마스 신부)이 2010년부터 운영해 온 별바라기는,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이름대로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매는 청소년들을 이끄는 ‘별’이 되어주고 있다.  별바라기는 ▲자립 의지 ▲진로와 직업 ▲경제 관리 ▲학업 ▲주거 관리 ▲일상생활 ▲사회 기술 ▲건강 보호 ▲지역 사회 자원 활용 등 9개 자립 영역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단순한 독립을 넘어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지속할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다. 가정 해체와 이탈로 무의탁 상태에 놓인 이들, 가정폭력과 학대·착취·감금의 피해를 입은 이들, 보육원 보호 기간 만료로 퇴소한 이들, 소년원 등 법무부 시설에서 나온 후 갈 곳 없는 이들…. 다양한 배경의 위기 청소년들이 별바라기와 연결되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청소년·청년이 별바라기에서 생활하며, 이 가운데 64명은 자립을 준비하는 단계, 40여 명은 이미 자립했으나 여전히 외로움 속에 살아가며 지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 별바라기는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안정적인 근로 적응 능력 함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반복되는 해고로 청년들이 자기 효능감을 잃거나, 생계 압박 속에 불법 대출·유흥·성매매 피해와 같은 위험한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막기 위한 취지다. 청년들은 별바라기가 운영하는 자활 작업장(카페 3곳, 편의점 1곳)에서 근로 기초 훈련을 받는다. 출퇴근 습관부터 위생과 복장, 메모 습관, 고객 응대, 충동 조절, 관계 형성까지 세심한 지도를 통해 일의 기본기를 차근차근 다져 간다. 별바라기는 현재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 운영과는 별개로 자립준비청년들의 의료비와 생계비, 건강 프로그램 등 핵심 지원 사업 비용은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예산은 언제든 삭감될 수 있다. 때문에 송 신부는 교회 안팎을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운영비 충당을 넘어,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받고 생활하며 건강을 유지할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문의: 032-875-1319 인천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


※후원 계좌: 신한은행 100-028-701866 인천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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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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