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결수용자들이 겪는 현실을 나누고자 합니다. 구치소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형을 집행하는 교도소와는 엄연히 구별됩니다. 대개 수용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감당할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구치소에 수용됩니다.
그들이 겪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불확실한 재판 결과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수치심, 경력 단절과 파괴, 무엇보다 과거의 삶 전체가 일방적으로 부정당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신입 수용자들은 불면증·불안장애·식욕 상실·공황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며, 심할 경우 자살 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교정 당국은 초기 수용자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시기 교정 사목자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결수용자는 ‘죄가 확정되지 않은 자’이지만 세상의 시선은 이미 그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사목자는 편견 없이 존엄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수용자 스스로 감정과 현실을 정리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경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안과 낙담 속에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결국 구형과 선고의 순간은 다가옵니다.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엄중합니다. 그래서 ‘구형과 선고’를 앞둔 분들에게는 안수하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위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재판을 앞두고 자기 합리화나 왜곡된 정당화에 빠지지 않도록 용기와 책임의 언어로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구치소는 절박함과 아픔의 자리이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은총과 책임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조용한 기도 속에서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수용자들의 모습은 분명한 정의와 회복의 길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고통이 단지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고 열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유정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