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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부채를 희망으로

오현화(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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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2025년 창조 시기를 경축하고 있다.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부터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까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서 지으신 피조물과 평화를 이룰 것을 다짐한다. 올해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창조 시기 옹호 활동으로 ‘부채를 희망으로(Turn Dept into Hope)’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부채를 희망으로’는 국제 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가 주관하는 ‘저소득 국가의 과도한 부채를 경감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IMF 외환 위기를 힘겹게 극복한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부채를 거저 탕감받는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높은 부채 부담을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남반구에 집중되어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70에 달하는 나라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북반구에도 높은 부채 부담을 가진 나라들이 있다. 벨기에와 영국·그리스·캐나다·크로아티아·일본·미국은 남반구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높은 대외 부채 지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미상환 부채가 전액 또는 대부분 자국 통화로 표시되어 외화 부채의 경우와 달리 수출 압박을 유발하지 않는다. 또 환율 변동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져도 국가 재정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외화 부채에 허덕이는 남반구 나라들과 전혀 상황이 다른 것이다.

부채를 지게 된 경로 자체에서도 국가 간 불평등은 두드러진다. 애초에 산업혁명이 식민지의 천연자원과 유색인종 노예제도를 토대로 성장해 화석연료 산업을 전 세계로 퍼트리지 않았는가. 식민지에서 독립하자마자 부채를 떠안은 나라들은 이후 부유한 나라들이 만든 불공정한 금융체계 안에서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부채를 갚기 위해 공공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다 보니,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들은 맨몸으로 기상 재난에 희생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이 기후재난을 유발한 부유한 국가에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 속에 있다. 그런 나라들한테 마지막 한 푼까지 정직하게 다 갚으라고 하는 것이 과연 공정이자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부채 탕감은 그리스도교 희년의 정신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신년 연설에서 어떤 사람도, 어떤 가정도, 어떤 민족도 빚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교황께서는 “그리스도교 전통을 가진 국가의 통치자들이 모범을 보여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빚을 탕감하거나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셨다. 교황 말씀대로 부채 탕감은 ‘관대함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우리가 함께 곁에 서지 않으면, 모두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부채를 희망으로 캠페인 서명은 홈페이지(//turndebtintohope.caritas.org)에서 할 수 있다. 영문이지만,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서명이다. 모쪼록 많은 이에게 부채의 부정의를 알려 여러 사람이 서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오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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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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