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이라 고백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선택이란 이것도 가지고 저것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선택하기 위하여 하나를 완전히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저는 훌륭한 신앙인의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부끄러운 죄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부족한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용기를 내어 여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계신다.”(마태 6,8) 주님은 우리 마음속 깊은 생각까지도 들으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혼탁하고 복잡한 세상 한가운데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시기, 증오, 속됨이 함께 있습니다.
오늘 요엘 예언자의 말씀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옷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찢어라. 주 너의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3) 생명의 울음을 듣기 위해 우리는 부서진 마음을 찢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찢어야 합니다. 어떤 의로운 행위도 다른 사람을 위한 선익이 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좋은 평판을 듣는 것도,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섬긴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발 씻김을 통해 섬김을 알려주셨듯이, 섬긴다는 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인식하고 겸손하게 섬김을 통해 사랑이 담긴 자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런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다른 사람이 내게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해줄 것인지 생각합시다. 여러분은 기도하십니까? 하루 중 조금이라도 그분이 활동하시도록 그분께 시간을 내어드립니까?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 1,15)고 말씀하십니다. 회개는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무상의 구원을 통해 용서를 받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영혼을 치유하십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태 9,2) 예수님은 성령의 힘으로 마음을 쇄신하는 힘을 지니셨습니다.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우리에게 오시어 오늘 지금 이 자리에 우리 인간들 사이에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믿는 모든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의 여정에 함께 걸어가기를 요청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함부로 대접받고 모욕당할 때 사도적인 인내가 필요합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에게 사랑과 봉헌은 살아가고 존재하는 방식, 곧 삶 자체에 대한 선택입니다. 그리고 겸손함, 온유함, 연대감 말고는 이러한 사랑을 실천할 방법이 없습니다.
삶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무게를 알고 계십니다. 더불어 아픔 속에서 위안과 기쁨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근원적인 소망을 아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를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항상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이 주님의 기다리심이 가장 중요한 은총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죄를 짓더라도 기다리시다 용서하십니다. 신앙을 위하여 많은 가르침이나 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삶으로 말해야 합니다. 삶으로 일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관된 삶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김영수 루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