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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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 인간 영의 초자연적인 풍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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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금욕을 받아들인 이 성소는 몸의 궁극적 완성을 바라본다. 이는 ‘몸 신학’의 핵심적 의미로 몸의 끝은 죽음을 건너 영광스럽게 빛나게 됨을 말한다.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히브 10,5)라는 말씀을 지금 이 땅에서, 구원 사업의 역동적 여정에서, 그리스도께서 바라셨던 것처럼, 이미 그리고 완성을 희망하는 긴장 안에서 부활된 자신의 몸을 통해 증거한다.


“복음적 권고의 서원은 교회의 모든 지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명의 의무를 꾸준히 이행하도록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고 또 이끌어야 할 표지로 드러난다.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천상 보화를 모든 신자에게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얻은 새롭고 영원한 생명의 증거를 드러내며, 미래의 부활과 하늘 나라의 영광을 예고해 준다.”(교회헌장? 44항) 이미 시작한 부활의 인생이요, 온전히 완성될 미래를 담아내는 그 몸은 ‘하늘나라를 위한’ 금욕과 성령에 초대된 인간 영과의 초자연적인 충만의 관계를 체험하고 또 증거한다.


교회는 마리아와 요셉의 동정성과 충만하게 작용한 성령과의 관계를 긴 역사 안에서 설명해 왔다. 마리아와 요셉의 위대함은 단순히 동정성 그 자체에 있지 않고, 하느님의 영이 그들 안에 역동하고 열매 맺도록 자신을 내어놓은 데 있다. 구원의 신비인 말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신비적 동정과 육체적 동정을 온몸으로 살고 드러낸 것이다. 


육체적 동정 안에 신비적 동정이 서로 순환하며 성장하고 세상에 구원을 내어줄 준비를 한 것이다. 금욕은 단순히 ‘정결하게 사는 것’에 묶이지 않는다. 왜, 무엇을 위해, 어떤 의미로 자신이 응답한 삶을 자신의 몸으로 증거하고, 무엇을 열매 맺고자 하는가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해야 자신의 서원이 갖는 몸의 예외적 가치를 힘 있게 증거할 수 있다.


마리아와 요셉이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 드림으로써 그들 안에 일어난 성령의 역동은 성자 안에서 인성과 신성의 결합이 됐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 경탄할 신비가 희미하지만, 위격들 안에서 보인 일치의 은총은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임으로써 나오는 영적 열매의 절대적 완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금욕을 받아들이는 남자와 여자는 이처럼 넘쳐흐르는 성령의 열매에 동참하는 것이라 말한다. 결국 그들의 삶은 ‘지상 삶의 실재에서의 정결 성소’와 ‘하늘나라를 위한 금욕’으로 인간 영의 초자연적인 풍요로움 간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자발적이며 초자연적인 동정의 친교를 통해 인격적 자기 증여의 충만함과 인격 간의 상호 주체적 친교의 충만함을 드러내는 특징을 지녔다.


‘하늘나라를 위해’ 금욕을 선택하는 행위는 성령께 자신의 영을 순응시키면서 초자연적인 목적을 바라보는 일이다. 처음 시작과 최종 목적지 간의 거리는 순간이면서도 참으로 멀다. 마리아와 요셉도 때론 선명하게 들리고 볼 수 있었지만, 더 많은 시간은 숨겨져 있어 때가 올 때까지 마음에 간직했다고 전한다. 그리스도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는 인생이다.


금욕을 선택했더라도 ‘하늘나라를 위한’ 금욕이 아니면 교회가 말하는 동정 독신은 아니다. 동정의 가치는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것에서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하느님과 혼인한 자기를 내어줌은 하느님과의 영원한 결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몸을 통한 자유롭고 충만한 자기실현이 신성시되는 이 시대에, 이 삶을 선택하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질문이 되기를 소원한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의 왕직 재속 선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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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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