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올해 가톨릭 환경상 주제를 ‘기후 위기 시대 플라스틱 문제 해결’로 정한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교회가 플라스틱 제품 사용 최소화를 권고하는 것에 발맞춰 교구와 본당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자원순환 문화 확산을 실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회용 컵 비치, 우산 빗물 제거기 설치, 재사용 가능한 천 현수막 활용, 종이 팩(우유·멸균 팩) 분리수거 시스템 마련, 정수기·음수대 확충 등이 있다.
본당의 외적 변화가 신자들의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면, 지역 사회와 연계한 환경 캠페인이나 자원순환센터 운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성당에서 깨끗하게 세척·분리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무게에 따라 마일리지나 현금으로 보상하는 자원순환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교구 성남동본당은 ‘모란 re100’을, 대천동본당은 ‘안성자원순환가게’를 운영 중이다. 용인본당 역시 생태환경분과를 중심으로 자원순환 코너를 마련해 폐휴대전화, 건전지, 종이 팩, 폐의약품, 폐우산, 텀블러 등을 수거하고 있다.
용인본당 생태환경분과 안현정(소피아) 분과장은 “처음 자원순환 코너가 생겼을 때는 낯설어하던 신자들도 꾸준한 교육을 통해 환경 실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성당에서 분리배출이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자연스럽게 실천하면서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적 회개를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과 함께 기후·환경 관련 제도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민들이 국가와 지역과 지자체의 정치적 권력을 통제하지 않으면 환경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또한 이웃한 공동체들이 합의해 동일한 환경 정책을 지지하면 지자체의 법률이 더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찬미받으소서」 179항)이라고 밝히며 국가적·지역적 정책을 위한 대화에 그리스도인이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제20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수상한 ‘소비자 기후행동’은 이러한 정신을 실천하는 단체다. 이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아 기후환경 제도를 바꾸는 데 힘쓰고 있으며, 특히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과 관련 법안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기후행동 이수진 대표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생산되는 양을 줄이도록 규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미세 플라스틱의 안전기준을 지키도록 하는 특별법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기후행동은 플라스틱 소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통해 관련 법을 제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수진 대표는 “가톨릭교회 본당이나 단체에서도 현재의 제도와 법이 환경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특히 본당의 아나바다 행사 때 의류를 많이 나눠 재활용하면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석유 화학물질로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탄소중립에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올해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자 했다”며 “플라스틱을 적게 쓰는 본당과 개인의 실천과 함께 피조물 보호를 위해 우리가 자발적으로 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