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공동체의 싹을 틔우고, 어떤 아이도 문턱 없이 찾아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 일상 가까이에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1950년대 민간 자치 운동으로 시작해, 오늘날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문턱 없는 복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지역사회 운동을 하는 최재희 관장(베드로·서울대교구 항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 역시 같은 뜻으로 2018년부터 ‘배고픈 사자 작은도서관’(이하 도서관)을 운영해 왔다. 그는 도서관이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이루고, 어떤 아이도 돌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외부 지원 없이 공간을 지켜왔다.
도서관의 전신은 2015년 오류남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 협동조합이 동명의 동화 제목으로 연 ‘배고픈 사자’ 간식 카페다. 방과 후 돌봄 공백 시간에 불량 식품을 먹으며 배회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간식과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는 마을 기업이었다. 이 카페는 더 효과적인 돌봄을 위해 2016년 작은도서관으로 재출발했고, 이후 최 관장이 운영에 참여했다.
최 관장은 “도서관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각별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소수자 아동들을 보살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우선권을 준 것도 아닌데 한부모·조손 가정, 이주 배경 아동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법적·제도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복잡한 사정 때문에 일반 돌봄센터조차 신청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이죠. 배고픈 사자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사회복지 정신인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실현하는 문턱 없는 공간이 됐습니다.”
도서관은 책 놀이, 상담, 보드게임 등 돌봄 프로그램도 제공했지만, 주민 생활·문화 프로그램과 소모임을 지원하며 ‘마을교육공동체’의 구심점이 됐다. 여가를 위해 모인 주민들이 점차 공동체를 이루고,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하며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방과 후 교사 역할을 했다. 최 관장은 “교육이 실제 아이들이 살아가는 학교 밖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배고픈 사자는 올해 4월 오류초등학교 앞으로 이전해 재정비 중이지만, 최 관장은 본당 사회복지 활동가이자 25년 경력의 지역사회 운동가로서 여전히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 초등학생 누구나 건강하게 식사하게 하고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어린이 식당’ 본당 사회복지 사업 ▲ 주민 직접 정치 활동인 ‘구로구주민대회’ 개최 ▲무리한 민자고속도로 공사 저지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활동을 하나로 묶는 주제 의식은 다름 아닌 ‘공동체’다.
“복지 사각지대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며, 장벽 없는 사회를 이루려면 열린 공동체를 형성해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래서 올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본당 교우들과 비신자 주민들이 함께 어르신들을 찾아 성탄 선물을 나누는 ‘사랑의 몰래산타’를 기획 중입니다. 성당 또한 작은도서관처럼 하나의 마을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