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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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는 신앙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가는 것”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고향으로 파견되는 이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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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 없는 양 떼 포기하지 않은 참된 선교사의 삶 알수록 감동
주교님 본받아 프랑스 신자들 열정적으로 사랑하겠다고 다짐”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로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고향에 선교 사제가 파견된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대교구 이준 신부.

교구는 사제인사를 통해 2일자로 그를 프랑스 카르카손-나르본교구로 발령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꿈에 그리던 조선을 눈앞에 두고 내몽골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한 지 꼭 190년 만에 이 땅의 사제가 초대 조선대목구장 주교의 고향으로 파견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가 카르카손-나르본교구를 직접 방문해 브뤼기에르 주교 후손과 현지 교구장 주교를 만나고 온 뒤 이뤄진 사제 파견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를 함께 현양하는 카르카손-나르본교구로의 첫 사제 파견을 통해 앞으로 사목적 도움과 교류를 증대해나갈 계획이다. 출국을 기다리며 불어는 물론, 브뤼기에르 주교 공부에 매진 중인 이 신부를 4일 중계양업성당에서 만났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이 아직 만나지도 못한 조선 신자들을 이미 사랑하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를 본받아 저도 프랑스 신자들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 신부가 요새 브뤼기에르 주교 관련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면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조선의 목자 없는 양 떼를 포기하지 않은 참된 선교사의 삶은 그에게도 알면 알수록 감동이었다.

이 신부는 카르카손-나르본교구의 한 본당에서 보좌 신부로 현지 신자들을 위해 사목할 예정이다. 교구는 그를 마중물로 삼아 차차 선교 사제를 더 파견할 구상을 하고 있다. 조선 선교사를 위한 길을 개척한 브뤼기에르 주교를 연상케 하는 역할이다. 본당 사목에 적응한 뒤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관련 업무도 돕게 된다. 이 신부는 현재 카르카손-나르본교구와 출국 일자를 조율 중이다.

카르카손-나르본교구는 이 신부에게 개인적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는 예비 신학생 때부터 카르카손-나르본교구가 관할하는 팡조(Fanjeaux)라는 마을 도미니코 수녀원에서 캠프와 피정을 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수도자들과 알고 지낸 덕이었다. 이곳에서 접한, 죽음을 ‘하느님 만나러 가는 기쁜 여정’으로 받아들이는 수도자들의 모습은 이 신부가 사제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와의 인연은 신학생이 되고 다시 이어졌다. 선교 동아리 활동을 했던 이 신부는 신학과 5학년을 마치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파리대교구 신학원에서 소규모 생활공동체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체득해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생활에 적용하는 게 목적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온 신학생 6~9명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빨래하며 한가족처럼 사는 삶. 그 과정에서 이 신부는 ‘신앙 안에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를 얻었다.

그가 몸소 보고 느낀 프랑스 교회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노인 신자밖에 없는 쇠퇴하는 교회’가 절대 아니었다.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신자도 많았으며, 사제와 수도자들도 소박하고 바르게 살며 모범을 보였다. 그 희망의 기억이 지금까지 이 신부에게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

“선교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베푸는 것이 아닌, 신앙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파견된 교구에 짐이 되거나 폐를 끼치지 않도록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제 사제수품 성구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처럼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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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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