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순환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 시선을 넓혀, 우리가 받은 도움을 필요한 곳에 나눠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월드와이드매리지엔카운터(WWME) 한국협의회(이하 한국ME) 대표팀 정석(예로니모)·고유경(헬레나) 부부와 이해일(베드로) 신부가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0차 월드와이드매리지엔카운터(WWME) 아시아 회의에 참석했다.
정석·고유경 부부는 이번 아시아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교회를 위한 역할도 고민하게 됐으며, 특히 일본과 대만의 상황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유경 씨는 “현재 일본ME는 전국에서 연 2회만 열리고 지도 신부님 3명, 발표팀 6쌍일 정도로 규모가 작고, 대표 부부도 70대임에도 10년 넘게 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내 소수 종교라는 환경 속에서도 50년 동안 ME를 지켜왔지만 새로 유입되는 부부가 없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는 처지이고, 대만도 이와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정석 씨도 “한국ME는 일본에서 온 미국인 부부의 도움으로 시작됐기에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라며 “일본과 대만교회에 파견된 한국 신부님들이 많기에 이분들을 주축으로 한국어가 가능한 부부들을 초대해 프로그램을 연다면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이러한 다짐을 하게 된 배경으로, 회의 기간 중 체험한 ‘사랑의 순환’을 들었다.
“선종하신 두봉 주교님의 친구 신부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주교님이 한국 파견 당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에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또 회의 중 방문한 착한 목자 대성당에 기해박해 순교자 성 앵베르 주교님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이러한 인연들이 모두 ‘사랑을 순환시키라’는 계시처럼 다가왔어요.”
이번 회의는 대표 부부로서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리더’가 돼야 할지를 배운 기회이기도 했다. 고 씨는 “<등대지기>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배가 오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등대가 꺼지자,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등불로 불을 밝혀 위기를 넘기는 내용이었다”며 “리더는 결코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으며, 구성원을 향한 믿음과 희망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줬다”고 전했다.
부부는 이번 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쇄신주말 운영이 어려운 교구에 발표 부부를 파견해 자체 운영 토대를 마련하고, 다가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는 홈스테이를 적극 유치하는 등 ‘부부와 청소년과의 관계 설정’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부는 ME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했다.
“ME는 가장 작은 교회인 부부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한 활동입니다. 부부가 먼저 복음화돼 자녀와 이웃에게 전하고, 이를 통해 ‘나비효과’를 일으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