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1004 프로젝트 감사 미사는 2025 젊은이의 희년을 맞아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에서 펼쳐졌던 ‘1004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바쁜 일상 중에도 미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미사를 봉헌한 날을 기준으로 1004 프로젝트를 마치고 온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다시 만난 동료 순례자가 너무나 반가워 얼싸안는 청년도 있을 정도였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행사 날이었지만, 단 한순간 청년들의 얼굴이 굳었던 때가 있었다. 미사 중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봉사자로 참여할 것을 서약하는 신청서를 봉헌하던 순간이다. 미사 중 배포된 서약서를 보며 대다수 신자는 곧바로 자신의 이름과 세례명·연락처를 적어냈지만, 일부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미사 후에 한 신자는 “또 봉사해야 하나?”라며 조용히 푸념하기도 했다.
어려운 순례도 잘 마치고 온 신자 청년들이 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을 주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신자에게서 힌트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시키는 일만 하는 거겠죠?”라는 물음에서다. 어쩌면 공동체 내에서 청년을 구성원이 아닌 ‘노동력’으로만 치부해 온 데 대한 깊은 반발심에 봉사 신청서를 더욱 무겁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얼마 전 방문한 서울 WYD 청년 연수 현장은 WYD 준비를 향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시노드 과정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시간이 가장 유익했다고 꼽았다. 그 중에는 WYD 준비 과정을 청년들이 제 목소리를 낼 기회로 여기는 이도 있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함께 걷고 있는 한국 교회에 WYD가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지 더욱 관심 깊게 지켜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