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축성생활의 해’ 수도자들, 평화를 기도하고 행복을 맛보다

희년 맞이 축성생활의 해, DMZ 평화 순례·오세요(OSEYO) 행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희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기념하는 축성생활의 해(2024년 11월 21일~2025년 10월 28일)를 통해 수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남녀 수도회가 함께 모여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학술 심포지엄, 워크샵,평화순례, 청년축제 등)에 참여하며 서로의 신원을 나누고, 신자들과 만나며 일치와 연대를 이뤄가고 있다.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 아빠스는 “축성생활의 해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러 열매가 맺어지고 있다”며 “수도자들이 함께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DMZ 평화 순례’와 ‘오세요’ 행사를 소개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축성생활의 해 평화순례에 참가한 수도자들이 DMZ 평화의 길을 걸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이산 정상 전망대에 오른 수도자들이 북한을 바라보며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DMZ 평화 순례

“북녘 동포 여러분, 평화를 빕니다.”

북한과 접경지대가 보이는 철원 소이산 정상에서 수도자들이 북쪽을 향해 평화의 인사를 소리 높여 건넸다. 축성생활의 해 행사위원회가 15~16일 마련한 제4차 평화순례에 참석한 남녀 수도자 40여 명은 15일 DMZ 생태평화공원에서 용양보 탐방로를 도보 순례한 뒤 소이산 정상 전망대에 올랐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철원 평야 일대를 바라보며 수도자들은 한장호(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 주례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한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탈북 청소년·청년들과 압록강을 다녀온 일화를 들려주며 “가족을 생각하며 펑펑 우는 북향민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 평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연습을 하면서 항상 평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도자들은 소이산 인근 국경선평화학교에서 평화의 진정한 의미와 무게를 되새기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탈북자가 아닌 북향민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수도자부터 30년 가까이 민족 화해 사도직에 몸 담아온 수도자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박경애(마리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수녀회) 수녀는 “북한 접경지역을 가까이서 직접 보니 평화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며, 하루빨리 남북 교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랐다”고 말했다. 장마드렌(마드렌, 천사의모후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녀는 “아버님이 황해도 출신이라 순례 때 들은 전쟁과 북한 이야기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면서 “철원이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 부모님께 들었는데, 이렇게 평야가 된 걸 보니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수도자들은 16일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정지석 목사의 강의를 들은 뒤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백마고지 적전지와 정연리 금강산 철길마을을 순례했다. 평화순례는 4~9월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순례시작 한 달 전 선착순으로 매 차수 신청을 받았는데, 3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행사위원회 위원들은 순례가 끝나면 평가서를 받아 개선할 점들을 다음번 순례에 바로 적용했다. 순례를 총괄하며 5차례 순례에 모두 나선 이선중(로마나, 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수녀는 “평화를 주제로 남녀 수도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어 기쁘다”면서 “축성생활의 해가 끝나더라도 평화순례가 정기적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세요’ 행사 중 소프라노 임선혜씨 사회로 진행된 ‘청수예찬’ 토크콘서트에서 신오섭 수사가 자신의 성소 체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세요’ 행사에 참가한 이들이 만남의 기쁨 시간에 가위바위보를 하고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청년과 수도자, 함께 숨을 고르다

축성생활의 해 청년위원회는 20~21일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길에서 듣고, 길에서 묻다’를 주제로 청년과 수도자를 위한 ‘오세요(OSEYO, Open Space Every YOuth)’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레크리에이션, 토크콘서트, 성시간 및 고해성사, 수도자와 청년 1:1 만남, 파견미사를 통해 청년과 수도자 250여 명은 신앙의 동반자로서 하느님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20개 조로 나뉘어 신앙 관련 퀴즈를 풀고, 게임을 하며 첫 만남의 어색함을 단번에 날렸다. 만남의 기쁨 시간 내내 함성과 웃음이 가득했다. 진행을 맡은 이창민(살레시오회) 신부는 문제가 나가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 정답을 외치는 참가자들에게 “주일학교 학생들보다 더하다”는 농담을 던지며 재치 있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청년·수도자·예수님·찬양’이라는 뜻의 청수예찬 토크콘서트에서는 남녀 수도자들이 무대에 올라 성소 이야기를 나누며, 청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노래를 불러줬다. 신오섭(요한 보스코, 카푸친 작은형제회) 수사는 “예수님께 행복이 어디 있는지 물으며 행복을 찾기 위해 경기도 고양에서 경남 마산까지 걸었다”면서 “걷다 보니 예수님께선 항상 함께 계셨고, 예수님이 바로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세상이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그 행복을 여러분도 꼭 찾길 바란다”며 ‘당신께 가는 길’을 불렀다. 이날 청수예찬 사회를 맡은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씨는 자신의 신앙 체험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성가를 선사해 무대를 더욱 빛냈다.
 
'오세요' 행사에 참가한 이들이 2인 3각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세요’ 행사에 참가한 수도자와 청년 신자들이 아파트 게임을 하고 있다.


성시간과 고해성사, 다음날 이어진 ‘함께 걷는 엠마오’는 참가자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줬다. 파견미사는 1박 2일간 함께한 유덕현 아빠스가 주례했고, 참가자들은 기도 나무에 달아놨던 기도 카드를 봉헌했다. 성소현(수산나, 32, 대구대교구 초전본당)씨는 “다양한 수도회 수도자들과 만나 각 수도회 생활과 카리스마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수도자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위원회 팀장 김은숙(블란다, 성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수도자들이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주기보다 그들과 함께 머물면서, 청년과 수도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묻는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9-2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9. 24

시편 94장 14절
정녕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당신 소유를 저버리지 않으시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