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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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사명

김영수(루치오, 서강대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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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우리 모두를 하느님 백성으로 부르면서 모든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선언하였습니다. 「사목 헌장」의 첫 문장에서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고 하면서 세상의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교회 사명임을 확인했습니다.

그 선언 이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교회가 그 연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세상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악과 고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어머니의 품 안과 같이 따뜻하고 서로가 일치를 이루는 거룩한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어야겠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 많은 부를 가진 자와 가난한 자, 노인과 젊은이 등이 양극단에서 자기의 옮음을 주장하는 분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들의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그 치열한 이데올로기 논쟁 속에서 아군과 적군이 존재할 뿐 정의나 진실은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시장에 진열된 넘치는 신앙 서적들에서 하느님의 참된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게 가까이 계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숨어계시는 하느님은 고난의 긴 시간을 받아들이고, 견디면서 기다리던 어느 날 우리에게 기적처럼 오시는 것인가요? 아니면 이미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교회 가르침은 하느님의 절대 자유와 신비와 은총 앞에 온전히 순종하라고 신앙을 요구하기도 하고, 사변적이고 난해한 설명으로 신앙을 어렵게 포장해 버리기도 합니다. 신앙에 대한 교회 가르침이 하느님의 연민과 자비를 갈망하는 인간에게 하느님 현존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따뜻한 연민을 베푸는 소박한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 당신을 드러내시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드러내기에 정신없는 신앙인들에게는 하느님 대신 자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교회 가르침이 인간의 신앙생활에 역동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고통 속에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교회 가르침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암호 같은 난해한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쉽고 간명한 메시지로 인간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신앙인에게 엄격한 믿음을 강요하거나, 약장사처럼 신앙을 판매하고 선전하는 식의 접근으로 하느님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신학자들은 하느님을 철학적으로, 신비로, 은총이라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위대한 신학자의 명저보다도 오히려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의 하느님을 향한 겸손한 말 한마디가 하느님을 가까이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하느님 부재를 절망했듯이, 많은 사람은 하느님 부재로 절망합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때때로 교회는 사랑과 연민보다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믿음과 순종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를 알기 위하여 신학 공부를 했지만, 하느님은 여전히 신비로 남아있습니다. 바오로가 배타적인 이스라엘을 넘어 이방인에게 문을 열었듯이 교회는 세상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숨어계시는 하느님이 우리를 언제나 지켜보시는 하느님이시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고난의 시간이 요구될 것입니다.

 


김영수 루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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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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