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 성월인 10월은 개인과 가정의 성화와 인류 구원,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는 달이다. 성 비오 10세 교황, 성 요한 23세 교황, 성 바오로 6세 교황 등 역대 교황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했다.
특히 레오 13세 교황은 회칙 「최고의 사도직무」를 발표해 10월을 묵주기도 성월로 정하고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받아들여 묵주기도를 생활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반포하고 2003년 10월까지를 ‘묵주기도의 해’로 선포했다.
교회가 10월을 묵주기도 성월로 지내는 것은 10월 7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기원은 15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 베네치아, 에스파냐, 교황령, 제노바 등의 군대로 이루어진 연합군이 이슬람의 오스만 제국 군대에 맞서 코린토만 레판토 해전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
성 비오 5세 교황은 이 승리를 묵주기도를 통한 성모님의 전구와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 여기며, 10월 7일을 ‘승리의 성모 축일’로 제정하고 로사리오 축일로 삼았다.
당시 연합군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전장에 나섰고, 신자들 또한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며 기도 행렬에 동참했다. 이후 이날은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불리게 되었다. 이처럼 성모 신심과 긴밀히 연결된 묵주기도는 교회의 위기, 그리고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마다 큰 힘을 발휘해 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에서 “교회는 어려운 일들을 묵주기도, 특히 공동으로 바치는 묵주기도와 그 끊임없는 실천에 의탁하면서 이 기도의 특별한 효과를 늘 믿어왔다”며 묵주기도의 힘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중 파티마 성모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고, 침묵 속에서 전 세계의 평화, 특히 전쟁 중인 국가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와 함께 바치는 기도 안에서 교회와 인류는 오늘도 하느님의 평화를 청하고 있다.
현대 신앙인들에게 묵주기도는 여전히 일상에서 중요한 신앙의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다. 길을 걸을 때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묵주를 손에 쥔 신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한 기도문을 반복하는 데 그치면서 묵주기도의 참된 의미를 놓치고, 형식과 횟수에만 집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관상이 없는 묵주기도는 영혼이 없는 육신과 같아서 기도문만 반복하는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며 “그리하여 ‘너희는 기도할 때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마태 6,7)고 하신 예수님의 권고를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