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성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그만큼 군 사목은 한국교회 안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현재 군종교구는 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군종 사제들이 국군 장병들을 위해 헌신하며 사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국 가톨릭 군종후원회와 각 교구 산하 군종후원회가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되고 있다. 10월 12일 제58회 군인 주일을 앞두고, 가경자 에밀 카폰 신부(Emil Kapaun·1916~1951)를 모범 삼아 군 사목 후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회장 김인대 사무엘, 담당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의 활동을 소개한다.
‘전장의 성인’처럼 우리도
“신부님, 언제 또 오십니까?”
육군 제50보병사단 강철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는 군종교구 우형원(다미아노) 신부가 요즘 장병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우 신부는 “대구 군종후원회와 함께하는 부대 방문은 군종신부 혼자서 부대를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된다”며 “덕분에 천주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방문한 부대에서는 한동안 천주교가 장병들 사이에 화제로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우 신부는 최근 대구 군종후원회가 펼치고 있는 ‘에밀 서포터즈’ 활동에 동참하면서 50사단 예하 격오지(隔奧地) 부대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는 ‘찾아가는 사목’에 매진하고 있다. 대구 군종후원회는 6·25전쟁 당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해 ‘전장의 성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가경자 에밀 카폰 신부를 모범으로 삼고 그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한다는 취지에서 우 신부와 함께 올 1월부터 에밀 서포터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에밀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대구 군종후원회는 방문할 부대를 우선 정한 뒤, 방문에 앞서 에밀 카폰 신부의 시복을 위한 9일 기도를 바친다. 부대 방문 당일에는 군종신부와 대구 군종후원회원이 함께 장병들을 만나 미사를 봉헌하고 에밀 카폰 신부의 삶에 대해 장병들과 나누면서 함께 기도한다. 위문품도 기존과는 다르다. 우 신부를 통해 장병들의 의견을 미리 확인하고, 복지 증진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물품을 마련한다. 최근 위문품 중에는 안마의자나 TV도 포함됐다.
김인대 회장은 “에밀 카폰 신부님은 우리 후원회의 내적 동력이자, 우리 활동의 방향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주셨다”며 “에밀 카폰 신부님의 소속 교구인 미국 위치타교구와도 우리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면서 시복시성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성호경을 그어보세요. 여러분에게 무적의 영적 갑옷이 되어줄 것입니다.”
9월 27일 오후, 50사단 예하 제120여단에 있는 강철본당 발검공소에서 장병들이 대구 군종후원회 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정성 들여 성호경을 그었다. 공소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대구 군종후원회 김창영(라파엘) 사무국장 등이 방문해 장병들이 훌륭한 가치관을 지니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간식도 전한다. 임성호 신부는 우형원 신부 대신 민간 성직자로서 발검공소를 찾아 미사를 봉헌한다.
후원회는 병사들이 성당에 왔다고 해서 무조건 세례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병사들의 마음이 열릴 수 있도록 편안한 이웃이 되어 관심을 표현하고 대화를 나눈다. 병사들에게도 발검공소는 종교를 초월해 매주 편안하게 머물다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임 신부는 “에밀 카폰 신부님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군종신부로서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하셨다”며 “우리도 카폰 신부님처럼 조건 없는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장병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구 군종후원회는 군종신부들과 협업해 10월 1일부터 2일까지 경북 칠곡의 순례길 ‘한티가는길’에서 장병 84명과 함께하는 ‘Just Walk 한티가는길’ 행사도 처음 열었다. 여러 부대에서 모인 병사들이 함께 순례길을 걷고 피정에 참여하면서 자칫 군 생활로 소홀해질 수 있는 신앙심을 다시 일깨우고, 더 깊은 신앙심을 배양하기 위한 자리였다.
장병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진심 어린 관심을 요청한 우 신부는 “아무리 요즘 군 생활이 편해졌다고 해도 군 생활은 여전히 군 생활”이라며 “지금처럼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후원이 계속된다면 그들의 마음에도 깊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의 053-256-0815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
※후원전화 ARS 1877-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