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이다. 그는 태양과 달, 물과 불, 풀과 벌레까지 모두를 ‘형제’와 ‘자매’라 부르며, 창조 세계 전체를 하느님의 선물로 바라보았다. 성인의 시선은 오늘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창조질서를 보전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후위기는 인류가 오로지 탐욕과 무절제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훼손한 결과이다. 올봄 서울 면적의 1.7배를 태운 대형산불, 1년에 내릴 비의 절반 이상을 퍼부은 경남 산청의 폭우, 그리고 2019년 환경기준의 4배가 넘던 초미세먼지 오염은 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직접 위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과학적 해법을 넘어 영적·윤리적 회심을 요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를 ‘우리의 공동의 집’이라 선언하며, 모든 그리스도인과 인류에게 생태적 회심을 촉구했다. 신앙은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성사적 표징으로 이해한다. 환경을 돌보는 일은 피조물 보호의 차원을 넘어 창조주 하느님을 경외하는 신앙 행위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양의 찬가>에서 모든 존재와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하느님께 응답해야 한다.
동시에 교회의 가르침은 구체적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따라서 정의의 원칙 위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공정한 기후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과제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에 대한 사랑’이라는 복음적 요청이다. 최근 개봉된 독립영화 <바로 지금 여기>는 기후위기 해결에 직접 나선 미래 세대와 쪽방촌 사람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한국교회의 모든 교구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면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 개개인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이 전환에 동참할 수 있다. 절제된 소비,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은 신앙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회공동체는 지역 사회와 함께 에너지 전환 운동, 환경교육, 정책 참여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증거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죽음을 앞두고 “맨땅에 눕게 하라”고 청하며 완전한 가난 속에서 창조주께 자신을 봉헌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역시 단순한 불편 감수가 아니라,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피조물과 화해하는 겸손한 삶이다. 지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유일한 집이며, ‘우리 공동의 집’을 지키는 일은 곧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계명(마태 22,36-40 참조)에 충실한 길이다.
글 _ 전의찬 스테파노(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세종대학교 기후에너지융합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