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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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 그리스도교적 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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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서 제5부(87과부터 113과)의 주제는 에페소 서간과 예언서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적 혼인이다. 땅에서 맺은 혼인의 근원과 최종목적지는 어디인지, 어떻게 할 때 순항할 수 있는지를 선포한 부분이다.


혼인은 공적 계약이고, 그들이 나누는 사랑의 노래가 두 인격의 본질을 이룬다. 수많은 아픔과 기쁨, 고통과 죽음을 헤쳐가면서 두 인격의 관계가 전 생애를 통해 서로를 성숙하게 하고 완성시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두 사람의 근원이 하느님께 있고, 그분에 대한 신뢰가 성장할수록 두 사람의 관계도 성숙하기 때문이다. 만약 혼인이 문화와 인간학적으로 단순하게 축소된다면, 인류에게 주어진 혼인의 그 위대한 신비에 이르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5부에서 중심축으로 다루고 있는 말씀은 에페소 서간 5장 22절부터 33절까지다. 사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익숙하고, 혼인미사에서 선포되는 독서 내용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신학적 의미가 몸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유비(類比)가 에페소 서간을 통해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남자와 여자의 혼인(창세 2,24 참조)이 지닌 참뜻을 반추하고 완성하는데, 그 신학적 의미가 사뭇 깊고도 놀랍다. 


혼인은 창조 질서이며 은총의 질서에 속하고, 또한 구원의 성사다. 만약 혼인을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만 바라본다면, 평행선에 자신들을 두게 되어 세상이라는 파고를 헤쳐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들이 평행선에서 다른 한 점을 발견할 때, 즉 그리스도와 관계를 둔 삼각형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혼인에 깃든 은총과 인간의 구원적 만남을 체험할 수 있다. 이는 교회가 혼인과 가정을 사목 중심에 두는 중요한 이유다.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의 친교가 신랑 그리스도가 신부 교회에 대한 사랑에 실제로 참여하는 방법이고, ‘영원히’와 연결돼 있기에 교회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사목이다.


교리서 전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제5부는 ‘한처음’(마태 19,4; 마르 10,6 참조)과 인간의 ‘마음’(마태 5,28 참조) 그리고 미래의 ‘부활’(마태 22,30; 마르 12,25; 루카 20,35 참조) 그 정점에 있다.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로마 8,23)에 관한 중요한 신학적 관점에 이르기 위해선 인간 몸에 관한 가르침의 연장선상에서 조명되고 해석돼야 한다. 


에페소 서간은 다양성과 성의 다름에 기초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에페 4,24)을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에페 5,1)으로 살아가길 초대했고, 그 절정에 남자와 여자의 혼인을 그리고 이 관계의 바탕으로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적 관계를 선포했다.


한처음부터 성의 다름은 단순히 그 자체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내어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넘어 타자와 만나고, 보이는 타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절대 타자에 이른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담고 있기에 혼인은 새로운 계약과 은총의 표지이며, 창조와 은총의 질서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혼인적 사랑에는 하느님 계획 안에 다른 최종 목적지가 내재해 있음을,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적 유비를 통해 혼인이 인간 구원을 위한 신적 계획의 표현이라고 에페소 서간은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인의 계약적 의미를 아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 본성과 그 근원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하며, 윤리 조건의 근본 가운데 하나인 ‘혼인과 가정’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원인은 무엇인지를 묻게 한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의 왕직 재속 선교사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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