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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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성당 순례] 천진암성지 성모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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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레오 13세 교황은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 있는 10월을 묵주기도 성월로 제정하고, 신자들에게 우리 자신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권고했다. 기도하고 묵상하기에 알맞은 가을날, 묵주기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경기도 광주 천진암성지(전담 양형권 바오로 신부)를 찾았다. 이곳에는 특별한 성모 신심이 깃든 성모성당과 성모상, 묵주기도의 길이 있다.



성모님께 감사하며 봉헌한 성당


성지 정문에서 1km쯤 이어진 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성모성당이 자리한다. 성모님을 상징하는 푸른빛의 큼지막한 <천주의 모친> 모자이크가 외벽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성지 내 여러 모자이크를 제작한 남용우(마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성당은 1988년 약 1600㎡(500평)의 부지에 터를 닦아 1999년 축복식을 거행했고 리모델링을 거쳐 2016년 봉헌됐다. 가로로 긴 형태의 건물은 길이 40m, 폭 20m의 약 800㎡(240평) 규모로 10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


성당은 성지의 성역화 사업 과정에서 인명 사고 없이 모든 공사가 마무리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성모님께 봉헌됐다.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성모님께 깊은 공경심을 드려온 데다, 수원교구의 주보 성인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임을 이어받아 성지도 성모 신심을 더했다. 매월 첫 토요일에는 성모 신심 미사와 촛불 기도회가 봉헌된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제대 뒤 벽면 주님의 영광을 상징하는 황금빛 모자이크가 눈을 사로잡는다.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성령이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께 임하고 있다. 십자고상 좌우에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자비의 예수님 성화, 열두 제자 성상,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 성화가 균형감 있게 배치돼 있다.


제대 앞에는 순교자들이 옥중에 목에 썼던 칼 형태의 함이 세워져 있다. 함에는 성 정하상(바오로)과 성 남종삼(요한)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제대 맞은편과 양 측면의 벽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빛을 발한다. 제대를 바라보고 우측은 성모님의 생애, 좌측은 예수님의 수난과 영광이 영롱하게 성당 벽면을 수놓는다.




예수님과 성모님이 함께하는 묵주기도의 길


성모성당에서 내려와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높이 22m, 폭 6m, 무게 25t에 달하는 대형 파티마 성모상이 순례자를 맞는다. 성모상은 세계 평화와 모든 민족의 신앙의 자유, 특히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며 2013년 축복식을 거행했고, 2018년에는 천상모후의 관 대관식이 열렸다.


성모상 앞 묵주기도의 길이 시작되는 곳에는 바닥에 놓인 십자고상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시작해 돌로 만든 묵주알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모님의 매듭이 성지를 따뜻하게 감싸는 듯하다. 분홍빛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길 위로 순례자들은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한다.


영광의 성모상과 바닥 십자고상은 다소 대비된다. 문득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 떠오른다. 당대 사람들은 위엄 있는 성모님 품에 안긴 예수님이 초라해 보인다며 비판했지만, 미켈란젤로는 하느님의 시점에서 바라보았다고 밝혔다.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예수님이 중심이 된다는 뜻이었다. 천진암의 성모상 또한 그러하다. 하느님의 시선에서는 십자가의 예수님이 중심에, 그 곁에 기도하는 성모님이 계신다.



학구열 속에서 싹틔운 신앙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계절, 천진암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맑다. 예로부터 이곳은 학문과 신앙이 만난 자리, 곧 한국 천주교 신앙이 싹튼 천진암 강학회의 현장이다.


천진암 강학은 하느님의 종 권철신(암브로시오)이 주도해 성현들의 경서를 공부하며 심신을 수양하는 선비들의 모임이었다. 1779년 권철신은 제자인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 등과 함께 천진암 강학회에서 천주교 서적을 읽고 토론하며 신앙에까지 관심을 기울였고, 1784년 세례를 받았다. 


이곳에서 천주교의 진리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신앙을 싹틔운 한국교회 창립 선조 5위는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하느님의 종 이벽, 권철신, 이승훈(베드로),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다. 성지에는 이들 한국교회 창립 선조 5위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약 119만㎡(36만 평)에 달하는 성지는 1975년부터 시작된 성역화 사업의 결실이다. 1980년에는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비가 세워졌으며, 조선교구 설립자 묘역에는 성 정하상과 성 유진길(아우구스티노), 복자 정철상(가롤로)의 묘도 함께 모셔져 있다.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인 성지는 매년 6월 24일 한국천주교회 창립 기념미사와 행사를 연다. 이날은 천진암 강학회에서 천주교 교리에 관한 토론을 이끈 이벽의 영명축일이기도 하다. 순교자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그분이 순교자들과 함께했던 영광을 묵상한다. 순례자들은 묵주를 손에 쥐고, 천진암의 성모성당을 한 바퀴 돌며 기도한다. 그 기도 속에, 한국교회의 뿌리를 되새기고 오늘의 신앙을 새롭게 다지는 시간이 깃들어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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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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