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서울 용산동 대통령실 앞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멸종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환경·기후정의 운동 단체 ‘멸종반란가톨릭’이 주관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와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원동일 신부(프레드릭·의정부교구 안식년)는 “가덕도는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와 불과 3.3km 떨어져 있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수달과 상괭이,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된 100년 숲, 동백군락지 등이 분포하고 있는 자연의 보고”라며 “신공항은 섬의 3분의 2를 없애고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든다는 계획인데, 해저 연약 지반의 위험성과 철새의 이동경로가 바뀌어 생태계 파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들이 사라지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신앙인들은 기억하고 하느님이 만든 창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까지 99일째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온 원 신부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생태 시민’으로 깨어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교회가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9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을 확정 고시하고, 항공 수요 증가와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이유로 10개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덕도·새만금·제주 제2공항·서산·대구(이전)·흑산·백령·울릉·경기남부·포천 공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2022년 10월 13일 발표한 ‘정부의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에 대한 입장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신공항 계획은 공항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된다”며 “나아가 갯벌과 염습지, 산림, 바다 등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은 온실가스 흡수원을 없애 버리는 이중의 악영향을 불러일으킨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경제 발전의 논리로만 삶의 터전을 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창조물이며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로서 자연과의 관계와 책임을 우리는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하느님 피조물을 돌봐야 하는 신앙인의 핵심 소명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환경단체들 역시 신공항 건설이 초래할 활주로 지반 침하, 조류 충돌 위험, 생물종 감소, 해안 갯벌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에서 약 3.3km 떨어져 있어 “조류 충돌 가능성이 김해공항의 최대 8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저어새·도요새 등 멸종위기종 59종을 포함한 24만여 마리의 철새가 서식하는 새만금 역시 신공항 건설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 1297명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9월 1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철새도래지에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조류 충돌 위험과 갯벌 훼손 등 환경 파괴 요인이 현실적이라고 인정해 개발계획을 무효로 판단했다.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종교환경회의는 선고를 앞두고 미사와 종교인 기도회를 통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발걸음에 힘을 보탰다.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는 9월 27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봉헌된 ‘927 기후정의행진’ 거리미사에서 “수많은 생명이 기적적으로 살아 생존하는 수라 갯벌을 메워 신공항을 짓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 개발 위주의 성장주의에 매몰된 가치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몰지각한 계획”이라며 “생태계 속에 그려진 은밀하고 아름다운 설계도와 공식을 인지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개발과 수탈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무지요 횡포임을 세상에 알리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개발과 성장의 논리가 생명과 창조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덕도와 새만금 신공항 논란은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신앙과 양심, 그리고 생태적 책임의식에 기반한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교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