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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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문턱까지 갔던 사제, 나를 사랑하며 되살아나다

내면의 폭군에 맞선 홍성남 신부의 ‘자기 사랑’ 여정, 신간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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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 대형 책 표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실컷 울고 꽥꽥 소리 지르고 시원하게 욕도 해보세요”
“부정적 기운 비워내면서 외모와 주변 환경도 가꾸길”


사제 수품 10년 차,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에게 치이다 지쳐버린 마흔넷의 사제는 삶에 회의를 느꼈다. 강론하기도 싫어졌고 술에 의존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죽기로 결심했다.

‘넌 쓸모없는 인간이야, 너 같은 게 살아서 뭐하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누군가 칭찬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해줘도 내면의 폭군은 “그거 가지고 되겠어? 더 열심히 해야지, 아직 멀었어”라고 다그치기 일쑤였고, 결국 그를 죽음 직전까지 내몰았다.

홍성남(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신부가 1997년 겪은 일이다. 그는 최근 펴낸 책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김영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과거까지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심리 상담을 받고 40대 후반 대학원에 진학해 영성심리를 공부하기 전까지 홍 신부의 삶은 콤플렉스 덩어리였고, 열등감에 찌든 ‘루저’였다.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을 법한 지난 삶을 공개한 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힘든 사람은 나만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다 잘 사는 거 같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나 말고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위로가 됩니다. 신부도 자살하려 했다 하면, 죽음을 고민하는 사람에겐 ‘신부도 죽으려했다고?''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내 치부를 드러내는 건 문제가 안 되죠.”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상담소에서 만난 홍 신부는 “예수님이야말로 헐벗은 채로 십자가에 매달려 그 모욕을 당하셨는데, 내 이야기 털어놓고 망신당하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겠느냐”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자살 충동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실제로 자살자들이 늘고 있어 사람들에게 ‘죽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깊은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홍 신부가 내면의 괴물과 맞서 싸우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학대했는지 상담을 통해 깨달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에 있던 보물을 찾아가면서 자유로워졌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불안·우울·두려움·죄책감은 불쑥불쑥 그를 찾아왔다.

홍 신부는 마음속 괴물을 쫓아내는 데 효과적이었던 방법들도 소개했다. 혼자 있을 때 꽥꽥 소리를 질러보고, 실컷 울어도 보고, 시원하게 욕도 지껄이라고 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 앉아 욕을 중얼거리며 화를 삭이다가 ‘방언 터진 신부’로 소문이 난 그다. 홍 신부는 그렇게 부정적 기운들을 비워내면서 외모와 주변 환경도 가꾸길 권했다.

“마음이 괴로우면 몸을 잘 돌보지 않게 되는데, 겉모습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잘 차려입고, 깔끔히 하고 다니면 사람들도 다르게 대해줍니다. 그리고 주위를 항상 깨끗이 정리하세요. 향수도 뿌려보시고요, 몸과 마음은 같이 돌봐야 합니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나니 문제없는 인생은 없다는 걸, 모든 고통은 성장통이란 걸 알게 됐다. 홍 신부는 “문제를 직시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괴롭지만 견뎌내면 고통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 프롤로그에서 “자기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야 비로소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자라난다”며 “그러면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생기고 신기하게도 크고 작은 기회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고 했다. 그저 죽고만 싶었던 40대 사제에서 상담가이자 유튜버로 왕성히 활동하는 70대 현역 사제로 사는 그의 삶이 확실한 증거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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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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