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의 교리 교사 양성 기준과 방향을 제시한 「한국 천주교회 주일 학교 교리 교사 양성 지침」이 나왔다. 사진은 교리교사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교리 교사들. 가톨릭평화신문 DB
주교회의 교리교육위, 통합적·체계적 양성 기준 마련
신임·재임 교리 교사 대상 양성 교육 5단계 제시
‘공존적 앎’ ‘지식적 앎’ ‘실천적 앎’ 중심으로 구성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가 편찬하고,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소장 윤만근 신부)가 연구·집필한 「한국 천주교회 주일 학교 교리 교사 양성 지침」은 한국 천주교회의 교리 교사 양성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주일 학교 교리 교사 양성 지침」(이하 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살펴본다. 각 교구 청소년국 담당 사제와 직원을 비롯한 한국 교회 모든 본당 사목자와 교리 교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침이다. 대부분 교구는 각 교구 상황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단기적이거나 일회적인 교리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리 교사 양성의 이론 및 실천적 기준, 구성과 내용은?
이 지침은 이론과 실천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교리 교육의 정의·목적, 교리 교사의 정체성과 역할, 발달 시기에 따른 신앙 교육, 양성 원리와 공동체 책임을 다뤘다. 실천적 기준을 다룬 제2부에서는 5단계 교리 교사 연수 체계를 제시하며, 신임 교사 연수부터 단계별 프로그램과 영적 성장·안전·성교육 등에 관한 내용을 제시했다.
지침의 목적은 △교리 교사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의 은총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들에게 부여되는 신원과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돕는 것 △각 교구 청소년국이 이 지침을 바탕으로 주일 학교 교리 교사 양성 교육 과정을 구성하고 실행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교리 교사 양성의 목적은 교리 교사가 먼저 세례받은 그리스도임을 확인하고, 복음을 실천하는 그들이 선교사이자 사도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있다. 이에 교리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신앙으로 동반하며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참여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양성 과정은 다음의 일곱 가지 목표에 따라 구성돼야 한다. △평신도 신원에 대한 인식 △교리 교사의 직무에 대한 식별 △동반하는 교육자와 신앙 전수자로서 역할 인식 △교리 교육 대상에 대한 이해 △교리 교육 내용에 대한 지식 습득 △교리 교재 활용과 교리 교육 전달 방법 △본당 공동체 구성원과 소통이다.(45항 참조)
교리 교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원리와 기준은?
교리 교사 양성에는 세 가지 원리가 있다.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발견하는 ‘공존적 앎’, 교리 교사의 존재 의미가 역할 수행을 통해 드러나는 ‘지식적 앎’, 교육적 소통 행위를 통해 교리 교육에 적용되는 ‘실천적 앎’이다.(46항 참조)
지침은 교리 교사 양성 교육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양성 △선교와 복음화를 지향하는 양성 △통합적 접근을 지향하는 양성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앙 여정을 동반하는 교리 교사 양성 △지속성과 체계성을 지향하는 양성이다.
즉 교리 교사 양성 교육은 교사가 자신의 신원과 역할을 인식하고 교사 자신이 스스로 신앙적으로도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침은 축소된 양성 교육은 교리 교사에게 사명감을 심어주는 데 한계를 보이며, 교리 교사 활동으로 주일 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업무처럼 느끼게 하는 경향을 갖게 한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양성 교육은 단기적으로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교회 문헌·교육학·심리학·사회학·인문학 등)을 바탕으로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침을 집필한 이진옥(페트라,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연구원) 박사는 “각 교구의 교리 교사 양성 교육을 조사한 결과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은 교리 교육의 기능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속성 보다 단발·일회적인 교육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어 “교리 교사 양성 교육에서는 ‘교리 교사의 신원 함양’, ‘교리 교육에 관한 지식 전달’, ‘교리 교사의 영성을 통한 신앙 성숙’에 주력해야 한다”며 “결국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리 교사 양성의 5단계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는 교리 교사 양성 교육을 5단계로 제시했다. 교리 교육의 세 가지 원리(공존적 앎·지식적 앎·실천적 앎)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표참조)
교리 교사 양성 교육은 신임 교리 교사와 재임 교리 교사를 대상으로 하며, 교육은 교구를 중심으로 대리구(지구)·지역·본당 차원으로 준비해 실시할 수 있다. 신임 교리 교사 연수는 1단계 필수 과정으로, △교리 교사의 신원과 역할 △교리 교육의 정의와 목적 △성경 입문 △기초 교리(「가톨릭 교회 교리서」 중심) △대상자에 대한 이해(발달 시기별 학생들의 특성) △교리 교안 작성법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총무 이영제(서울대교구) 신부는 “이 지침은 결코 각 교구의 상황을 간과하거나 고유성과 독창성을 획일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며 “각 교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양성 과정과 기준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교구·본당에 교리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주일 학교 교리 교사를 양성하는 사제와 교사들이 지침이 제시하는 내용을 성찰하고 발전된 방향을 제언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지혜 기자
「교리 교육 지침」과 「오래된 직무」 토대로 교리 교사 양성 지침 마련
「교리 교육 지침」(Directory for Catechesis)과 「오래된 직무」(Antiquum Ministerium)는 무엇인가?
한국형 주일 학교 교리 교사 양성 지침은 이 두 문헌을 토대로 마련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리 교육 지침」은 2020년 6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반포했다. 「교리 교육 지침」은 교황청 성직자성(현 성직자부)이 1997년 8월 15일에 반포한 「교리 교육 총지침」(General Directory for Catechesis)을 보완해 23년 만에 발표했다.
보편 교회는 이 교리 교육에 관한 새 지침에서 새로운 복음화와 신앙의 토착화를 위해 교리 교육의 필요성과 교회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시대 변화에 따라 보편 교회도 세상 사람들에게 신앙을 전달하는 데에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새 지침은 복음화 사명을 위해 교리 교육을 수행하는 교리 교사의 역할을 세부적으로 제시한다.
「오래된 직무」는 2021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신도 교리 교사를 교회의 직무로 제정한 자의교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복음화를 위해 지역 교회가 세례받은 평신도 교리 교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리 교사가 신앙의 진리를 전달하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성경, 신학, 사목, 교육학에 관한 지식을 갖추도록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교황은 자의교서에서 주교회의가 이 직무의 허용을 위한 필수 양성 과정과 규범의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