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딸수도회 총원장직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성장한 한국 성바오로딸 공동체가 받은 사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김영미(마리루치아) 수녀가 10월 1일 이탈리아 아리차(Ariccia)에서 열린 성바오로딸수도회 제12차 총회에서 제12대 총원장에 선출됐다. 수도회 역사상 첫 한국인 총원장이다. 김 수녀는 2025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총원장으로 활동한다. 전 세계 52개국에 진출해 있는 수도회는 서적, 음원, 영상,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김 수녀는 폴란드 선교와 한국관구 서원 사도직, 미디어 교육부, 성소 사목, 인터넷 서점팀과 콘텐츠 제작팀 책임 그리고 한국관구장 등 다양한 소임을 맡아왔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총원장직 수행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꼽는 것은 바로 ‘공동체의 삶’이다.
“성령과 시대의 표징 그리고 공동체 자매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노드 여정을 걷고 있는 교회와 일치해 함께 식별하고 함께 결정하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분의 계획이 이뤄지도록 그분의 뜻에 온순하게 응답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원장으로 선출된 다음 날, 김 수녀는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은 “성령께 이끌리도록 위를 바라보라”는 것과 “고통의 시대를 회피하지 말고 현실에 깊이 잠기라”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이에 김 수녀는 앞으로도 수도회 콘텐츠 안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각 시대와 대상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시대를 살아가며,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에도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도회는 미디어 사도직을 수행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도생활을 하는 축성생활자들이다. 때문에 급변하는 전문 미디어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김 수녀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이 지성인으로서 깨어 있도록 돕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기술이 오용·변질되거나, AI의 불균형한 학습으로 인해 편향된 답변이 생성되는 현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 중심적인 AI 활용법을 알리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수녀는 또한 “가짜 뉴스와 질 낮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진리와 복음을 전하는 매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가톨릭신문처럼 올바른 콘텐츠를 생산하고, 또 이러한 콘텐츠를 꾸준히 구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수녀의 성소는 ‘좋은 책 한 권’에서 비롯됐다. 바로 바오로딸에서 펴낸 「천국의 열쇠」(A.J. 크로닌 지음)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그때의 감동이 성소의 씨앗이 됐고, 이후 광주대교구를 방문한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도자들을 우연히 만나 입회로 이어졌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글의 힘을 믿습니다. 한 분이 자살을 결심한 순간, 주머니 속 책갈피에 적힌 저희의 글귀를 보고 삶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하느님을 체험했습니다.”
총회 후 잠시 귀국한 김 수녀는 11월 25일경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 수녀는 “지금까지 우리 수도회의 봉사와 활동에 많은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한국교회 전체에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