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은 제 개인의 업적이라기보다 교부학의 토대를 세워온 모든 분께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을 받은 하성수(시몬) 박사는 “교부학은 여전히 토대를 쌓고 있는 중”이라며 “저도 선배들이 놓은 토대 위에 벽돌 한 장 더 놓으려 애쓴 사람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는 교부학이라는 학문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게 용어를 통일하고 개론서를 번역하는 일이었죠.”
하 박사는 정양모 신부(바오로·안동교구 성사전담)의 권유로 독일 유학을 떠나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던 교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활동은 ‘토대 다지기’였다. 당시 국내 교부학계는 아직 교부들의 이름조차도 제각각으로 번역됐고, 무엇보다 입문자를 위한 개론서가 부족했다.
더 많은 논문을 썼다면 대학교수 등으로도 활동할 수 있었겠지만, 하 박사는 논문보다는 번역과 해제 작업에 집중했다. 그에게 ‘논문은 전문가 몇 사람을 위한 글이지만, 번역과 해제는 수많은 사람을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 「교부문헌 용례집」 등을 펴내며 교부학 용어를 통일했고, 「고대 교회사 개론」, 「교부학 개론」 등 유수의 개론서를 번역해 교부학의 밑바탕을 닦았다. 그는 29권에 달하는 「교부들의 성경 주해」 완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교부들은 성경에서 지식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을 만나고자 했어요. 그래서 교부들의 글에는 삶의 지혜가,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글인데도 지금 내 삶에 들어와요.”
교부 문헌을 번역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고대 교회의 시대와 사상, 신학, 그리고 각 교부의 삶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이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이 지난한 작업을 30년 이상 꾸준히 이어왔다. 힘든 시간이 없었는지를 묻자 하 박사는 “오히려 고마웠다”고 답했다.
그는 “말씀만이 아니라 모든 삶의 모습에서 영성이 담긴 교부들 덕분에 공부하면서도 마음을 다스리게 되고, 기쁨을 얻었다”며 “오늘날 교회도 교부들처럼 신자들에게, 이웃들에게 감동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교부 문헌 연구로 하루를 시작하는 하 박사는 여전히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연구의 집대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부들의 가르침」 시리즈를 10년 계획으로 작업하고 있다.
“교부학은 아직 체계가 완전히 잡힌 게 아니에요. 번역되지 않은 문헌도 많고, 앞으로 할 일이 많아요. 특히 많은 평신도 연구자가 교부학 분야에서 더 활약하길 바랍니다.”
■ 하성수 박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하 박사는 가톨릭대학교 신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교부학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으로 「교부들의 성경 주해」 29권 완간에 참여했고, 「오리게네스의 원리론」,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 「교부문헌 용례집」 등을 번역해 교부학 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가톨릭대, 수원가톨릭대, 서강대 등에서 교부학과 고대 교회사를 강의했으며, 현재 「교부들의 가르침」 시리즈를 기획하며 교부 문헌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