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년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교회가 괴리된 지점들은 어디에 있는지, 교회에서 우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대하는지, 그 속에서 과연 나는 만족하고 있는지 서로 묻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교회에서 질문할 기회도, 질문할 내용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도 부족한 우리가 자신과 교회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발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어요.”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노동사목부(부국장 김지훈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와 2027 WYD 인천교구대회 조직위원회(사무국장 유영욱 프란치스코 신부, 이하 인천 DOC)가 제1회 인천가톨릭영화제 부대 행사로 10월 18일 인천 주안동 영화공간주안에서 마련한 청년 대담회 ‘무비무비(Movie Move).’ 세계 청년들과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도전적인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를 다룬 영화제 개막작 <아멘: 교황에게 묻다>처럼, 참가 청년들은 소통이 어려운 교회의 현실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주영(요한 사도·주안1동본당) 씨는 청년들을 포용하는 교회를 위한 제언을 나누며 “청년들에게 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던져 주시던 영화 속 교황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사목부와 인천 DOC는 ‘프란치스코의 선물’이라는 영화제 주제대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소통’의 메시지가 청년들에게 새롭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이번 대담회를 기획했다. 신앙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고민과 생각이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길 바라는 취지다.
대담회는 청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션 기법(Facilitation, 각자 다른 정보와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안전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관점을 확장하는 소통법)을 적용해 진행됐다.
청년들은 테이블을 이동하며 퍼실리테이션 전문가들의 협조로 다양한 주제별 토론을 하고 ▲교회 안에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종이컵에 적어 탑 쌓아보기 ▲<아멘: 교황에게 묻다>에서처럼 자신도 교황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들을 쪽지에 적어보기 ▲젊은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교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그림으로 표현하기 ▲교회가 청년을 환대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한 제언을 엽서에 적어 전달하기 등의 활동을 했다.
‘당연시되는 희생(돈, 시간, 재능)’, ‘무관심’, ‘위계질서’, ‘진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닫힌 태도와 편협성’ 등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소외감을 안겨주는 장애물들이 하나하나 종이컵에 적혀 탑을 이뤘다.
‘신앙생활과 현실 사이에서의 선택이 고민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용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맞나요?’, ‘돈으로만 사는 세상은 언제 끝날까요?’ 이젤 패드에 붙은 쪽지들 속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한 질문에는 청년들의 영적 갈증과 진지한 물음이 담겨 있었다.
대담회를 마무리하며 청년들은 ‘듣는 교회’를 지향하는 뜻으로 각자 적은 제언 엽서를 인천 DOC 사무국 차장 김용수(마태오) 신부에게 전달했다. 이민주(클라라·주안1동본당) 씨는 “어른들이 청년들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지 말고 ‘내 자식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수 신부는 “교회가 아직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충분히 환대하지 못한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청년이 교회에서 소외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