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자에 「성 토마스 소사전」(한국 성토마스 연구소)을 공동 집필한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박승찬(엘리야) 교수, 한국 성토마스 연구소 소장 이재룡(시몬) 신부, 경북대학교 윤리교육과 임경헌(티토) 교수가 선정됐다.
연구상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게쎄마니)을 지은 가르멜 수도회 마산 수도원 김광서(토마스 아퀴나스) 신부가 수상하며, 번역상은 「신학과 교회」(발터 카스퍼 추기경 지음/수원가톨릭대학교 출판부)를 번역한 조규홍(루카) 박사가 받는다. 공로상은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시몬) 박사가 수상한다. 수상작들과 수상자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본상 수상작 「성 토마스 소사전」은 소사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640쪽이라는 분량에서 알 수 있듯, 상세하고 체계적인 목록을 통해 기존에 어렵게 느껴지던 개념들을 연구자들과 학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또한 참고문헌에 최근까지의 국내 주요 저술과 연구 성과들을 총망라한 것이 특징이다. 방대한 참고문헌 목록만으로도 이 책의 학술 가치와 활용도는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이성과 신앙을 날카롭게 구분했지만 동시에 양자를 조화시킨 학자로 불린다. 철학의 암흑기로 여겨지던 중세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매우 보수적인 학자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중세 상황에 비춰 본다면 상당히 진보적인 사상가이기도 했다.
「성 토마스 소사전」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탄생 8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철학과 사상을 보다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발간됐다. 주 저자인 박승찬 교수는 발간에 즈음해 방송과 여러 대학 등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 탄생 800주년 기념 강연을 진행했고, 공동 저자인 이재룡 신부도 ‘토미즘(Thomism)’을 소개하는 시리즈 책자를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었다.
임경헌 교수 또한 이미 6년 전부터 국내에서 출간된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관련된 모든 저술과 논문, 기사 등을 목록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임 교수의 작업을 토대로 책에 실려 있는 항목마다 계속해서 참고할 수 있는 추천 참고문헌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책이 소사전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갖는 중요한 이유다.
박 교수는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을 공동 수상자분들과 함께 노력해 왔던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선종 750주년과 탄생 800주년 기념사업’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인정으로 생각하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을 계기로 이 책에 참고문헌으로 실려 있는, 한국중세철학회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함께 활동해 왔던 훌륭한 연구자들의 논문과 저서들이 보다 많은 이에게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룡 신부는 “공동 수상자들의 탁월하면서도 성실한 노력에 편승해 올해 본상을 수상하게 됐고, 앞으로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면서 “이 책은 고전적 철학과 신학의 기본 개념들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으로 소중한 도구”라고 자평했다. 또한 “책과 씨름하는 인문학도의 책상머리에 늘 놓여 있어야 하는 ‘필수휴대품(Vademecum)’으로서, 다른 모든 사전이 그러하듯, 이 소사전도 막힌 곳을 신속하게 뚫어 줄 수 있는 도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경헌 교수는 “무엇보다 책을 기획하고 발간하는 데 작은 힘으로나마 동참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박승찬 교수님과 이재룡 신부님께 감사 말씀을 올린다”며 “한국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 연구를 촉진하고 확산시키는 데 이 책이 널리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이 발간됨으로써 이제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 전공자들뿐 아니라 그의 신학과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뿐한 마음으로’ 성인의 저술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 토마스 소사전」은 세 명의 공동 저자가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협력과 유기적인 역할 분담으로 출간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모든 기초 자료를 검토하고 축약한 초고 작성은 책임 편집자인 제가 맡았고, 공동 저자들의 윤독을 통해 지엽적인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다”며 “계획했던 시간 안에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공동 작업을 주관한 경험이 있는 이재룡 신부님의 풍부한 경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 신부 역시 “각자가 자기 몫을 감당하는 것이기에 거리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고, 전체 작업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은 박승찬 교수의 노고 덕분에 발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평 “한국교회 신학 지평 넓힌 기념비적 연구 성과”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본상과 연구상, 번역상, 공로상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본상 수상작 「성 토마스 소사전」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탄생 80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해를 맞이해 완성한 본격적인 토마스 개념사전이라 할 수 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광대무변한 사상 체계를 610여 개의 핵심 항목으로 정선해 체계화한 종합 학술사전의 성격을 띤다.
유럽 유수의 대학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한 세 전문 학자는 라틴어 원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학술적 엄정성과 대중적 접근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서구 학계의 연구 성과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 학문 전통과 언어적 맥락에서 토마스 사상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하고 체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상 수상작인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은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 사랑의 합일을 가장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해명한 기념비적 연구서로 평가할 수 있다. 저자인 김광서 신부의 학문적 탁월성과 사목적 열정을 한데 모은 역작으로 한국 가톨릭 영성 신학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남겼다. 김 신부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스페인어 원전 텍스트를 수없이 대조, 검토하면서 방대한 분량의 학위 논문을 보완하고 완성도 높은 한국어본으로 출간함으로써 가톨릭 영성의 정수를 소개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신학과 교회」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명저를 조규홍 박사가 탁월하게 번역한 작품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20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공의회 정신이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 사실을 진단하며, 교회와 신학 간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했다. 원저의 신학적 깊이를 정확히 재현하면서도 품격 있는 한국어 문체로 완성해 학술용어의 엄밀함과 문체의 조화를 유지한 역서는 한국교회의 신학적 쇄신을 위한 중요한 학술 지침서로 평가받는다.
공로상 수상자인 하성수 박사는 한국 가톨릭 신학계에서 교부학 연구를 개척하고 심도 있게 발전시킨 대표적 학자로, 한국교회의 지성사적 성장과 신앙 공동체의 영적 풍요를 실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수의 역주와 저작을 통해 교부학의 학문적 정착과 대중화를 선도했고, 교부 문헌과 신학 용어를 정밀하게 정리·소개하여 신학도와 평신도 모두가 교부학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