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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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상처 위에 선 한일 그리스도인‘핵 없는 세상’을 외치다

일본 센다이서 핵 없는 세상 꿈꾸다 한일 탈핵순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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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 피해로 무너진 유스호스텔 건물.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 14년
한일 그리스도인 현장 견학

오나가와 원전 재가동 논란 재점화
그리스도인, 생명·평화 연대 다짐






일본 동북부(도호쿠) 지역에서 규모 9.0 대지진이 발생해 일본 전역으로 위세를 떨친 지 14년 7개월여가 지났다. 이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반경 5㎞ 이내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됐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14년, 그리고 일본 본토 원폭 투하 80년을 맞는 올해,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일 그리스도인들이 11~14일 일본 센다이 지역 현지에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다시금 연대했다. 한일 그리스도인들은 팀별로 나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동일본대지진 여파를 지켜보고자 피해가 극심했던 후쿠시마·오후나토·미나미산리쿠 등지를 견학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를 중심으로 꾸린 한국 순례단은 최대 높이 18m의 쓰나미에 해변으로부터 11㎞까지 피해를 본 오후나토를 방문했다. 본지는 오후나토 순례와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주최 제42차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전국대회에 동행한 이야기를 2주에 걸쳐 전한다.

 
일본 오나가와시에 5층 높이 건물 중 4층까지 쓰나미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센다이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일본 주교회의 정의와 평화협의회 주관 전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평화로운 어촌 마을 덮친 18m 쓰나미

일본 도호쿠 지방 이와테현 남쪽에 위치한 어촌 도시로, 인구 3만여 명에 불과한 오후나토시. 11일 찾은 오후나토시는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과연 이곳이 쓰나미가 할퀴고 간 곳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순례단이 찾은 날은 섭씨 13도, 햇볕이 쨍쨍한 가운데, 시가 주최한 ‘오후나토 산업축제’가 한창이었다. 곳곳에는 지역 특산물인 꽁치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갖가지 해산물들이 손님들을 맞았다. 이곳 주민들은 준비된 공연을 함께 관람했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어촌 도시이지만, 시 어디서도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해안선을 따라 방조제를 9m 높이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쓰나미가 남긴 흔적이다. 이곳은 해안선의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이어서 그 피해는 더욱 심했다. 곧지 않고 좁은 해안선 탓에 쓰나미의 높이와 진폭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나토에는 쓰나미가 17차례나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해안선 안 11㎞까지 바닷물이 유입됐고, 그 높이는 최대 18m에 달했다. 철도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이제 이 도시에는 철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쓰나미로 전부 훼손됐기 때문이다. 기존 철로를 토대로 지금은 간선급행버스(BRT)만 운행 중이다.

오후나토시 인근 리쿠젠타카타시에 건립된 기념관에서도 당시 피해의 잔상을 볼 수 있다. 쓰나미가 강타했던 건물들에는 5층 높이마다 갈색 동판이 붙었다. 쓰나미가 그 높이만큼 차올랐다는 의미다. 기념관 인근에는 무너진 유스호스텔 등이 복구되지 않은 채 자리하고 있다. 쓰나미 이후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 산 아래로 거주지를 옮겼다.

오후나토 가톨릭 공동체의 구심점이 됐던 오후나토본당(주임 인센 엘람 신부, 말씀의 선교 수도회). 성당은 기존에도 고지대에 있어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70년 역사 동안 신자 수 70명으로 작은 공동체를 유지했던 본당 공동체마저 그날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유골 12구가 모셔졌던 성당 납골당의 유해는 바닷물에 떠내려갔다. 본당 사목회장 스가와라씨는 “납골당이 성당에서 20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쓰나미 이후 아무리 찾아도 아무것도 없었다”며 “납골당은 성당 가까운 곳에 다시 지었다”고 전했다.

자연재해 피해도 여전하다. 산지와 목조건물이 많은 일본 특성상 산불 피해에도 취약하다. 지난 3월에도 산불이 발생해 33㎢가 불탔다. 특히 쓰나미 이후 주민들이 고지대로 이주했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일본 리쿠젠타카타시에 전시된 동일본대지진 당시 구호에 활용됐던 소방차.



쓰나미의 흔적에도

그럼에도 이곳은 희망을 꿈꾸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미라이(미래)’ ‘유메(꿈)’라고 적힌 팻말이 보였다. 축제가 벌어지던 인근 공원 이름은 ‘바다의 꿈(海夢)’ 공원. 기념관 인근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만여 그루 중 쓰나미에도 살아남은 나무다. 이 소나무를 중심으로 리쿠젠타카타시는 소나무 묘목들을 심으며 이전에 울창했던 ‘마쓰야마(松山, 송산)’를 꿈꾸고 있다.

오후나토본당도 마찬가지다. 지진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공동체이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필리핀·베트남 이민자들과 연대해나가고 있다. 스가와라 사목회장은 “당시 예수회에서 파견된 주임 시요타 신부님과 함께 피난소 구호활동을 하다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필리핀 이주민들을 마주하게 됐다”며 “이후 상당수 필리핀인들이 성당을 찾게 됐고, 이젠 일본인 신자보다 더 많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오후나토본당도 필리핀 사람들을 가족으로 삼을 만큼 하나 된 공동체로 거듭났다”며 “이후 청년·어린이들도 다시 찾아와 미사에 참여하고 있고, 현재는 베트남 유학생들도 찾을 만큼 ‘국제적 본당’이 됐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번 제42회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전국대회는 동일본대지진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으로 재개된 첫 대회였다. 사람들은 이 대회를 통해 다시 희망을 보고 있다. 센다이교구가 주최한 대회 주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년 칙서이기도 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지 않게 하지 않습니다’였다. 행사는 ‘보다’ ‘판단하다’ ‘행하다’ 세션으로 구성돼 현장학습과 지진 사고 이후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들을 논의했다. 특히 동일본대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본 센다이교구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센다이교구장 에드가 가쿠탄 주교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각 지역 활동과 현안에 대한 깊은 교류가 이뤄졌고, 더 큰 연대를 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가톨릭 전국대회를 센다이에서 개최한 것은 일본 전국과 전 세계로부터 받은 지원에 감사드리는 의미이며, 교회는 더욱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폭발에도 재가동하는 오나가와 원전

하지만 일본 사회는 다시 동일본 대지진 당시 기억을 잊은 듯 도호쿠 지역 원전을 재가동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호쿠전력이 오나가와 원전 2호기 재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13년 만이다.

기자는 14일 오나가와 원전 인근을 찾았다. 센다이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꼬박 3시간 반이 걸려 오나가와 원전 홍보센터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은 샛노란 미역취가 반기는 정겨운 시골길이었다. 바다가 감싼 오나가와역 인근 항구에서 주민들은 한가롭게 그물망을 매는 등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오나가와역에서 택시로 30분만 가다보면 우람한 원전과 맞닥뜨린다. 원전 인근은 철조망으로 가로 막혀 누구의 접근도 제한했다. 철조망과 절벽 넘어 다시 가동 중인 원전은 자연과 생명보다는 발전과 효율이란 명분 아래 계속 달리고 있다.

홍보센터는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을 선전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센터 곳곳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원전을 홍보하고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 댓글에는 “이 시설로 인해 원자력의 안전성을 알게 됐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일본 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판결 당시 피난계획 부재를 언급하며 원전 재가동을 중지할 만한 이유가 된다고 언급했다. 오나가와 주민들은 숙고 끝에 상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와 주민들은 위험성을 간과한 채 일본 정부가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히노 마사미 전 오나가와 원전 재가동 금지 소송단 사무국장은 “오나가와 원전 지반의 높이는 13.8m로, 쓰나미 13m와는 불과 1m도 차이 나지 않았다”며 “다행히 당시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주요 탱크가 무너지고 2호기는 해수 유입도 있었다. 오나가와 원전 전체에 크랙(금)이 생겼고, 2호기 건물 3분의 1정도가 강성(견고함)이 7가량 약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센다이=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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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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