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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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생활의 기쁨’ 확인한 희년 더 큰 사랑·희망으로 나아가다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마치며]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나현오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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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폐막미사가 28일 오후 2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된다. 한국 교회 축성생활자들은 2024년 11월 21일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평화를 향한 길 위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축성생활의 해와 희년을 함께 기념했다. 축성생활의 사명과 본질을 새롭게 되새기면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축성생활자들의 삶과 영성을 교회 공동체와 나눴다. 축성생활의 해 폐막을 앞두고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나현오(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를 만나 1년을 돌아봤다.

 
나현오 수녀는 "축성생활은 기쁨이고 그 기쁨은 몇몇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받은 모든 신앙인의 삶이기도 하다"면서 "모든 이들이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축복의 삶에 더 가까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성생활의 해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나현오 수녀(앞줄 맨 왼쪽.) 나 수녀는 축성생활의 해 폐막을 앞두고 "기쁨의 시간이었고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특별히 기념했던 1년간의 축성생활의 해는 어땠는지요.

축성생활자에겐 사실 매일이 ‘축성생활의 날’이고, 매해가 ‘축성생활의 해’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특별한 시기를 지내는 건 ‘축성생활에 대한 나의 응답이 하느님 앞에서 정말 합당한가’하는 질문을 계속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축성생활의 해인데, 뭐라도 좀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게 축성생활을 현재화하고 내면화해 더 깊이 체험하게 되면서 축성생활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봅니다.


희년과 함께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을 듯합니다.

이번 희년이 ‘희망의 희년’이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희년과 축성생활의 해 주제가 ‘희망의 순례자’들이었죠. 우리가 삶을 되돌아보면 부족함과 나약함이 크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와 어려움으로 자주 넘어지고, 지칠 때도 있고요. 그럴 때 축성생활자로서 끊임없이 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축성생활의 해를 시작하고 나서 몇 달간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는데요. 불안과 좌절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축성생활의 해와 희망의 희년임을 인식하며 희망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우성을 들으시고 구원해주시리라고 믿음과 희망으로 마음을 일으키고, 사랑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남녀 수도회 장상회는 6개 위원회(수도생활·전례·청년·학술·행사·홍보)를 꾸렸다. 각 수도회에선 자발적으로 위원으로 활동할 수도자들을 파견했고, 수도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100명이 넘게 모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참여와 호응이었다. 이들은 축성생활의 해 개막 5개월 전부터 행사 준비를 시작했는데, 순탄치만은 않았다.

위원회별로 남녀 수도자 15명씩 위원을 구성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수도회가 함께하도록 한 위원회 내에 위원은 모두 다른 수도회 수도자로 꾸렸습니다. 그만큼 생각 차이도 컸고, 갈등도 많았습니다. 회의하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일이 될까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충돌이 줄어들었습니다. 내 것을 내려놓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위원들 모두가 동반 성장했습니다.


수도자들이 모이면 다 평화로울 것만 같은데 아니군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해결 방법도 다르니까요. 양보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하면서 맞춰나가는 거지요. 묵주기도 피정은 원래 계획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관련 프로그램은 교구 신부님, 청년들과도 함께하니 또 엄청나게 부딪혔었고요. 그러면서 함께 발맞춰 나갔는데, 이런 게 기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 WYD도 잘될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 안 된다고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한 번에 하나가 되는 게 아니고, 작은 하나를 먼저 이루고 또 다른 하나를 만들어 나가면서 모두가 하나 되는 걸 경험했습니다.


서로 다른 소속의 수도자들이 만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요.

그렇죠. 소속된 수도회 안에서만 맡은 소임을 하니, 대부분 수도자는 다른 수도회 수도자들을 만날 일이 잘 없습니다. 그렇기에 축성생활의 해를 지내면서 수도자들이 다양한 수도회의 수도자들을 만나 동반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행사를 준비하는 위원들이 정말 친해졌어요. 갈등을 이겨내고 한마음이 되니 기쁘게 일할 수 있었고, 그 기쁨이 참여하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사랑의 향기가 퍼져나간다는 게 이런 거겠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습니다. WYD 관련 프로그램과 OSEYO(오세요)는 청년들과 만나는 시간이었고요. 대부분 행사가 일회성이었던 점도 아쉬웠습니다. 축성생활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1년 동안 꾸준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곧 평가 회의를 할 텐데 참여자 만족도가 높았던 몇몇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남녀 축성생활자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거의 없었는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니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보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남장협 회장 유덕현 아빠스도 앞으로 많은 부분을 함께하자고 말씀하셨고요.

나 수녀는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면서 “개인적으론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한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이 성령께서 함께하며 움직이고 계시다는 걸 체험할 수 있어 가장 큰 은총이었다”고 말했다.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은 남녀 수도회 장상들이 1박 2일간 대화하며 묵상한 시노드 모임이다. 모래시계를 두고 개인 발언 시간은 2분으로 제한했다. 피정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루이지 보나치(전 교황청 외교관, 이탈리아) 대주교도 참석했다.

피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그런데 피정을 하면서 성령께서 움직이시면서 우리를 기쁨과 충만함으로 이끌어주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행사에만 신경 쓰다 보면 소진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걸 깨닫고 저도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는 게 보이니 기쁨만 남았습니다. 모든 시간이 기쁨이었고, 축성생활의 해를 지내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습니다.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에 참여한 남녀수도회 장상들. 오른쪽 두번째 앉은 이가 나현오 수녀다. 나 수녀는 개인적으로 축성생활의 해를 지내며 가장 은총이 충만했던 시간으로 경청 피정을 꼽았다.



폐막미사 날(10월 28일)은 수도생활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시는지요.

쇄신은 ‘회심’이라고 봅니다. 내 안에서 내 기준으로 머무르기보다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회심이잖아요.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빛 안에 있으면 어둠도 물러나고, 나아갈 방향이 환히 드러납니다. 빛 안에 머무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 하느님께서 비춰주시는 길을 향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성령께서 때마다 알려주신다고 믿고 있고요. 그게 희망이죠. 축성생활자뿐만 아니라 모든 신앙인은 하느님께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로 마음을 향하며 하느님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서 희망과 사랑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그분께선 정말로 모든 것을 이뤄주십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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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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