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과 관련, 성평등가족부의 태아 등 가정 보호에 대한 대책은 없어 아쉬움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낙태약 도입과 관련해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낙태약 도입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의 필요로 낙태약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에도, 법이 없어 부처차원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이 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낙태죄는 폐지된 상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에서 제한 없이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에는 한 유튜버가 임신 36주 태아를 낙태하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논란은 잠시뿐, 낙태 합법화 과정에서 태아 보호에 대한 언급은 정부 부처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임신 22주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 말고는, 모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다만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을 고려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은 판단의 전제에서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원 장관은 태아 보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헌재 결정 후 많은 시간이 흘러 당장 후속 입법을 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 여러 부처가 함께 숙의하는 과정에 있고, 직접 주관하는 부처(보건복지부)도 있어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낙태에 대한 현장과 여성의 목소리는 듣고 있다"고 전했다.
성평등가족부가 태아 등 가정 보호에 대한 답변을 피한 것인데, 성평등가족부의 이런 입장에 시민단체는 아쉽다면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봉화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운영위원장은 "주관 부처도 아닌 성평등부가 '낙태약 도입'이라는 국정과제를 내놨는데, 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여성주의적인 입장만 반영해 낙태의 법률적 용어 '인공 임신 중절'을 '인공 임신 중지'로 바꾸는 등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평등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가족 정책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한 것으로 안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 부처, 특히 가정 보호 역할을 하는 성평등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역행하는 데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