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낙태 시술이 5년 새 60 이상 급증했다. 아일랜드 보건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1만 852건의 낙태가 시행돼 2019년 합법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간 총 4만 8984건의 낙태가 시행됐다. 놀라운 점은 이 중 98.7가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위원장 케빈 도란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합법화가 위기 임신 여성의 처지를 개선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교단은 무고한 인간 생명을 직접 빼앗는 행위를 합법화함으로써 국가가 생명권을 약화하고 도덕적 권위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사례는 한국 사회를 향한 경고다. 급증한 낙태 건수는 법이 인간 생명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보여준다. 생명권은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이며, 국가는 이를 보호할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 인간적인 연민으로 위기 임신 여성을 돕는 길이 낙태뿐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연민은 위기 여성뿐 아니라, 생존 여부가 모체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태아에게도 향해야 한다.
낙태가 쉽게 행해지는 사회에서는 위기 임신 여성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태아 생명을 보호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인생 말기에 놓인 노인도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 낙태가 쉬운 사회에서는 안락사 또한 용인되기 쉽다.
아일랜드 주교의 직설적인 평가와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낙태 논쟁에서 생명 존중과 사회적 지원을 조화시키는 정책적 고민은 함께 가야 한다. 한국이 낙태가 쉽게 이루어지는 사회로 나가도록 내버려둬서는 결코 안 된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가 초래할 사회적·도덕적 문제는 절대 가볍지 않다.